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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Jan 19. 2021

영어 강사에게 배운 소통의 비결

우리 말도 외국어로 대화하듯이 

새해가 되어 연례행사처럼 일 년 계획을 세운다. 결국 작년 계획과 똑같다. 별로 해낸 게 없기 때문이다. 건강, 영어, 글쓰기...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할까 인터넷을 뒤지다 마리아나 파스칼이라는 영어 교육 전문가의 외국어 잘하는 방법 강의를 들었다.


그녀가 말레이시아에서 겪은 일이다. 오메가 영양제를 사러 약국에 갔는데 제품 종류가 너무  많았다. 어떤 건 DHA가 많고, 다른 건 EPA가 많다는데 도대체 뭘 골라야 할 지 몰랐다. 잘 차려입고 전문가처럼 보이는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직원은 외국인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매우 당황스러워 보였다. 어쨌든 그 직원은 DHA와 EPA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다 들었지만 마리아나는 그래도 뭘 사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카운터 뒤를 보니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마리아나를 똑바로 보고 "Okay... So, how?"라고 간단히 물었다. 마리아나는 어떤 영양제를 골라야 할 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소녀가 말했다. 

"Okay, yeah. EPA for heart. DHA for brain."
"Your heart Okay or not?"

마리아나는 정확히 원하는 정보를 얻었고,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마리아나는 외국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잘하려고 신경을 쓰기 때문에 결국 소통이 안 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영어 수준이 낮은 사람은 상대방과 원하는 결과에 오롯이 집중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소통한다는 거다.


외국어가 아닌 우리 말로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화할 때 상대 말을 집중해서 듣기보다 자기가 무슨 말을 어떻게 잘할지 골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나 해당 주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경우 더욱 심해진다.


A 상무의 별명은 '됐고 상무'다. 부하가 보고하기 시작하면 곧 "그건 됐고, 저건 어떻게 됐어?" 하며 말을 자르는 데 선수다. 리더십 진단에서 '남의 말을 안 듣는다. 독선적이다. 사기가 꺾인다.' 등 원망의 소리가 다수 접수되었다. 코치를 만난 A 상무의 변명은 '첫 문장만 들어도 그다음 무슨 말을 할지 다 아니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상무님, 전무님은 상무님 사정을 몇 퍼센트나 알고 계실까요?"

"음, 한 10퍼센트 정도밖에 모르실 것 같은데요?" 자신도 어쩌면 팀원들의 생각을 다 모를 수 있겠다는 여지가 생겼다. 일단 답답하더라도 부하의 설명을 끝까지 들어보자고 약속했다. 2주 후 다시 만났다.

"회의 중에 짐작 가는 내용이더라도 말을 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정말 제가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신선한 아이디어도 있었어요. 만약 중간에 끊었으면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부하들이 그렇게 일에 관심을 두고, 몰입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어쩌면 상대에게는 통제와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  소통은 상대방과 나의 거리를 좁히고 교집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내 안에 머무르지 않고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다가가야 한다. 내가 안다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호기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새해가 되어 나처럼 외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마리아나 파스칼은 이렇게 조언한다. "외국어로 말할 때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마치 게임에 몰입할 때 주위에 누가 있는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상대가 무엇을 말하는지와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만 집중하세요."

올해가 열한 달이나 남았다. 상대에게 집중하는 자세로 영어 소통도, 우리말 소통도 다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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