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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Jun 25. 2021

이왕이면 이렇게 요청하기

성적 정정 마감을 앞두고

기왕이면 이렇게 요청하기

요 며칠 긴장하고 있다. 성적 정정 기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5시에 마감한다.



   학생에게는 성적이 중요한 결과물이다. 학점을 확인하고는 희비가 엇갈린다. 특히 열심히 공부한 과목이 기대 이하라면 실망감이 더 클 거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토론, 리포트, 자료 게시 등을 고려하여 성적을 산출한다. 수업에 관심을 보이고 질문도 많이 해서 이름이 익숙한 학생이 A를 받으면 안도한다. 성적이 낮으면 나도 미안하고 속상하다.



   몇몇 학생들은 성적 정정 기간에 이의를 신청한다. 정식으로 이의 제기를 등록하는 분도 있고, 과목 게시판이나 쪽지를 활용한다. 필요한 절차다.



   성적 확인을 요청하는 메시지는 대체로 이렇다.

'제가 직장 다니면서 강의를 열심히 듣고, 리포트도 내고, 자료실에 게시물도 올렸어요. 나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너무 안 나왔어요. 속상해요. ㅜㅜ'



   안타깝지만, 학교 규정이 상대 평가라서 '나름' 열심히 한 것은 평가에 고려되지 않는다. 나보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도 있고, 애초에 과목 분야를 잘 아는 사람도 있다.



   정정 요청을 확인해 보면 대체로 평가 기준 한 가지를 빼먹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게시물을 5개 이상 올려야 하는데 한 개만 낸 거다. 성적에 치명적이다.



   어떤 요청을 보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 의심, 강요, 통제가 느껴진다.

"교수님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 강의계획서에 정확히 기재되어 있어요.

"제가 시험을 그렇게 못 봤나요?" -> 할 말이 없습니다.

"빠른 답변 바랍니다." -> 헉, 우리 갑을 관계인가요?



   그런 문구들을 읽으며, 단지 드러난 표현만 보면 오해가 생긴다. 그 밑에 잠긴 그들의 실망감, 잘하고 싶은 욕구를 찾으려 노력한다. 공감하고 사실 기반으로 안내한다. 그게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니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도록 표현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인정, 감사, 부탁이 효과적이다.


- 상대를 인정하는 말: 강의가 유익했습니다. 사례가 와닿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적 처리에 수고가 많으시겠습니다.
- 자신이 받은 긍정적인 영향: 공부가 재밌었습니다. 강의 내용을 활용했더니 관계가 좋아졌습니다. 상사에게 칭찬받았습니다.
-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것: 성적 받고 속상했습니다.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한 번 더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싶습니다.


   물론 교수는 공정하게 채점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래도 마음이 움직이면 적법한 범위 내에서 뭔가 상대를 위한 방법을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열심히 공부한 모두가 A를 받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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