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안녕하세요, 김 팀장님. 오늘로 벌써 일곱 번째 세션이군요.”
“네,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코칭받을 때마다 일주일이 정말 휙휙 지나가는 게 느껴져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코칭 세션에 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주 과제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네, 민기 장점 50가지 쓰기가 있었죠. 쉽지는 않았어요. 처음 10개까지는 금방 했는데,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 도움도 받고, 코치님이 보내 준 장점 리스트를 참고해서 겨우 50개 넘게 쓸 수 있었어요.”
“오, 50가지를 넘기셨네요. 역시 팀장님이십니다. 하면서 새롭게 발견하신 것이 있다면?”
“솔직히 잘못한 거 지적하라면 100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장점은 그렇게 안 된다는 것이 민기에게 좀 미안했어요. 그런데 사소한 것이라도 장점을 찾다 보니 평소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장점으로 볼 수도 있겠더라고요. 신기한 것은 제 시각이 바뀌니까 문제가 더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
“그게 어떤 말씀이신가요?”
“하하, 제가 민기에게 자주하는 싫은 소리가 방 정리 좀 하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니까 그게 대범한 거더라고요. 방에 뭐가 굴러다니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
“정말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 재밌네요.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하셨어요?”
“음, 억지로라도 50개를 채우려니까 그렇게 되던데요. 그러니까 결국 사람을 어떤 눈으로 보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똑같은 일이라도 제가 미운 눈으로 보면 미운 짓이 되고, 제가 고운 눈으로 고운 일이 되는 거죠.”
“그렇군요. 그게 왜 중요할까요?”
“지난주에 코치님이 보내 준 글에 두 사람의 관계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라는 내용이 있었잖아요. 저는 그동안 민기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하니까 내가 싫은 소리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쩌면 제가 먼저 미운 눈으로 민기를 보고 민기가 하는 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잔소리해서 서로가 점점 더 멀어진 것일 수도 있었다는 거죠.”
“아, 사람을 보는 시각이 참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첫 세션 후 보내 드렸던 사람을 보는 시각의 중요성과 부합하는 말씀을 들으니 기쁩니다.”
“맞아요. 그땐 그 글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는데, 인간관계에서 어떤 눈으로 사람을 보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말 나온 김에 다시 한번 상기해 볼까요?"
1. 사람은 누구나 조건 없이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2.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3. 자신에게 가장 좋은 해답은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다.
4. 모든 행동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
“이제 동의가 됩니다. 그런 시각으로 사람을 보면 좋은 점이 보이고, 그 사람은 또 그렇게 맞춰 행동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보이는 대로 행동한다는 말씀이네요. 혹시 그것과 관련된 경험이 있으신지요?”
잠시 생각에 빠진 강일이 대답했다.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제가 어렸을 때 말이 좀 늦된 편이었어요. 어머니는 그걸 참 답답해하셨어요. 제 대답이 늦어지면 ‘사람이 묻는데 왜 바로 대꾸를 안 하냐’고 많이 야단치셨죠.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 앞에서는 더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때 할머니는 ‘쟤가 생각이 깊어서 그런 거다. 너무 다그치지 마라’ 하셨어요. 할머니는 제가 말을 늦게 하는 것을 생각이 깊은 것으로 봐줬죠. 오히려 할머니 앞에서는 맘이 편해져서 말을 좔좔했어요.”
“아, 할머니에 대해서 좋은 기억이 많으시네요.”
“네, 참 좋은 분이셨어요. 코치님이 전에 그랬죠. 할머니가 좋은 코치였다고. 저도 할머니처럼 민기를 대하면 좋을 텐데요.”
“할머니가 많이 그립겠어요. 만약 할머니가 지금 여기 계시다면 팀장님께 뭐라고 할까요?”
“아, 내 강아지 잘 살고 있구나. 애쓰고 있다. 나는 너를 믿는다.” 강일의 목소리가 촉촉했다.
“할머니 말씀을 들으시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내가 잘 살고 있구나. 지금 잘하고 있다. 할머니가 나를 믿어 주신 것처럼 나도 민기를 믿어주고 좋게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하시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저랑 관계도 좋아지고, 민기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고, 최소한 삐뚤어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민기가 원하는 삶을 잘 살게 되겠군요.”
“그렇죠. 요새 젊은 친구들은 좋은 대학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고, 어렵게 취직하더라도 억지로 회사 다니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더라고요.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차라리 자기가 좋아하는 일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강일은 잠시 말을 멈추고 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가을바람에 여러 색깔 낙엽이 날리고 있었다.
“지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유 코치가 차분하게 물어왔다.
“제가 지금껏 너무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아쉽기도 하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는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그럼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좀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한 번뿐인 인생인데 더 행복하게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팀장님이 생각하는 여유롭고 행복하고 사람다운 삶은 어떤 삶인가요?”
“일단 가족과 함께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회사에서도 너무 일에 파묻히지 않고 사람들을 좀 봐야겠어요.”
“계속 말씀해 주세요.”
“제가 원래 시시비비를 잘 따지는 사람이거든요. 업무도 항상 딱 부러지게 정확하게 제 방식대로 해야 합니다. 아니다 싶은 것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고요. 그런 제 태도가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옳고 회사에서의 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코치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그게 참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싸워서 내가 이겨도 별로 해피하지 않더라고요. 승패가 갈라지니 거리는 더 멀어지고. 사실 지나고 보면 아주 치명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제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내 방식만 주장하면서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도 인정하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팀장님 말씀을 들으니 삶을 대하는 인식에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코칭을 받으면서 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생겼어요.”
“원래 우리 프로그램의 주제가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굿 대디인데 팀장님의 이런 고민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좋은 아빠가 되기 전에 자신을 찾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찾고 바로 세우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그럼 저절로 좋은 아빠도 될 것 같네요. 하하, 제가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닌지.”
“저는 팀장님의 지금 말씀이 본 프로그램의 핵심을 잘 파악하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찾고 세우는 것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자 완성이겠죠. 그렇다면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면 팀장님이 원하는 삶에 가깝게 갈 수 있을까요?
“구체적이라... 따지고 판단하는 것을 줄여야겠네요.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좀 더 많이 인정해주고 싶습니다.”
“민기 입장에서는 아빠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잔소리를 안 하고, 칭찬을 해 주면 되겠네요. 지난번 50가지 장점을 쓰긴 썼는데 민기에게는 안 보여 줬거든요. 서로 쑥스럽겠지만 불러다가 읽어줘야겠어요.”
“그거 확실한 방법이네요. 그밖에 또 뭐가 있을까요?”
“음, 회사에서 팀원들에게도 좀 너그럽게 대하고 저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인정해주고 격려해 줘야겠어요. 그래야 저도 여유가 생길 테니까.”
“그렇군요. 사모님과의 관계에서 적용해 볼 것은 또 뭐가 있을까요?”
“안사람 하고는 잘 지내는 편이에요. 코치님이랑 대화하고 나면 꼭 아내랑 그 얘기를 하거든요. 얘기하면서 저도 복습이 되고, 아내와 깊은 속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 했던 이야기도 아내와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팀장님께서 지금 말씀하신 일들을 꾸준히 해 나가시면 어떤 유익이 생길까요?”
“제 인생이 바뀔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행복하고, 편안해지겠죠.”
“그런 삶이 되시길 저도 바랍니다. 꼭 그렇게 되실 수 있을거예요. 자, 그럼 오늘 세션을 좀 정리해 주시겠어요?”
“장점 찾기 과제를 하면서 제가 깨닫게 된 것이 명확해졌네요. 제가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제 삶을 만들어 온 거죠. 모든 원인이 제게 있고, 제가 바로 서면 관계도 좋아지고 제 삶도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팀장님이 삶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코치님 덕분이죠.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모두 팀장님의 성찰에서 나온 것이죠. 저는 그 성찰을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다음번 세션이 벌써 마지막이네요. 그럼 2주 후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