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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공학자 이한주 Sep 20. 2015

한계를 지울 때 일어나는 일

무한한 가능성

1920년대 초 미국, 아트 테이텀이라는 한 흑인 소년이 있었다. 집안이 가난한 데다 시력까지 없는 그에게 미래는 시야만큼이나 캄캄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에게는 간절한 열망이 있었는데 그것은 음악이었다. 너무나 피아노가 너무나 좋았던 그가 공짜로 연주를 배우기 위해 택한 방법은 자동 연주 피아노 앞에 앉아 눌려지는 건반을 손으로 익히는 것이었다.  당시 술집에서는 연주자 없이 롤 테입에 입력된 곡을 자동으로 연주하는 피아노가 늘상 음악을 들려주고 있었다. 

자동 피아노(Player piano)

테이텀은 학업과 생계에 지친 날에도 매일 매일 싸구려 술집 자동 피아노 앞에 앉아,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건반을 손으로 따라가며 피아노 연주를 익혔다. 보이지도 않는 88개의 건반을 열 개의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맞추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결국 그는 타고난 재능과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침없는 노력으로 점점 곡을 마스터하게 되었다. 


그런데 테이텀이 몰랐던 것이 있었으니 당시 자동 피아노로 연주되던 많은 곡들이 두 명이 연주하는 연탄곡이었다는 것이다. 자동 피아노 제작자들은 자기 상품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 한 명이 연주하기에는 불가능한 복잡한 레파토리를 선호했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었던 테이텀은  스무 개의  손가락으로 치도록 만든 곡을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 혼자서 연주해 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눈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은 건반을 보았다.'고 말했다.

Piano four hands

 이후 그는 재즈 연주에서 피아노의 위치를 격상시키며, 당대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활약하였다. 호로비츠나 토스카니니와 같은 위대한 클래식 음악가들조차 그의 연주를 극찬했다. 


아트 테이텀은 자신의 한계를 몰랐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내게 되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우리는 얼마나 '그건 안돼.' 라고 자녀, 부하, 그리고 자신에게 말했던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한계는 남의 한계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다. 사람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기대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제 2의 아트 테이텀이 나올 것이다. 



아트 테이텀 연주 Tea for two. 

건반 위를 가볍게 날아다니는 그의 손가락이 느껴지는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ACt0FM0K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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