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우는 아이가 우리 아이니?

흐린 기억 속에서 엄마는 7

by 작은노래

여름 오후가 되면 아파트 분수가에 아이들이 모여든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인가 보다. 새로 만들어진 아파트 동네여선지 유난히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은 생기가 넘친다. 이야기 나누는 소리, 노는 소리, 때로는 싸우는 소리가 온 아파트에 울려퍼진다.

참 기운도 좋다. 어른들의 대화는 아무리 커봤자 아파트를 쩌렁쩌렁 울리게 하지는 않는데, 아이들의 소리는 떼 지어 노래하는 (울부짖는) 새소리 같기도 하고, 자기 존재를 알리느라 울어대는 한여름 매미 같기도 하다.

"나 여기 있어요. "

"나 이렇게 살고 있어요."

"나 너무나 즐거워요."

아이들은 온 목청을 다해 그렇게 외치는 것일까?

때로는 의미도 없는 외침과 괴성 가까운 비명도 울려 퍼진다.

"아아아아아~악"


때로는 놀다가 다툼이 일어나 싸우는 소리도 난다.

"앙앙~!

"네가 밀었잖아."

"야~~~~~"

"@$ **@@##~~!"


엄마는 아이들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웃으신다. 매일 듣는 아이들 소리지만 늘 새롭게 느껴지시나 보다.
"얘, 애들이 정말 악을 악을 쓰는구나."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아이의 우는 소리가 온 아파트에 울려 퍼졌다. 싸움이 일어났었던가보다. 아니, 엄마한테 혼나고 우는 건가. 서럽게 서럽게 오래오래 그리고 크게 크게 어엉~ 어엉~ 아이는 울었다.

엄마가 나를 부르신다. 데이케어 센터에 다녀오시면 잠깐씩 눈을 붙이고 쉬시는데 그 아이 울음소리에 깨신 모양이다.

눈이 동그래지고,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본다. 그 표정을 나는 안다. 가슴이 미어지는 그런 표정!

"누가 저렇게 서럽게 우냐?"

"동네 아이들이 싸우다 울었나 봐요."

"우리 아이 누군가 했어."

엄마 얼굴에 가득했던 걱정이 무엇 때문인지 알았다.

우리 아이..

엄마 기억 속 손자, 손녀일 수도 있고, 우리 형제들 중 누군가일 수도 있다.

엄마 기억 속 우리 아이... 엄마의 아들 딸일 가능성이 크다.

그 아이는 나였다가, 언니였다가, 남동생들이었다가...


"우리 아이 울음소린 줄 알고 에구...."

가슴이 쓰리고 아프셨다는 말이겠지.


우린 그렇게 자랐구나!

밖에서 나가 놀다 무르팍 깨져서 울고 돌아오면 엄마는 덜컹 놀라 가슴을 쓸고, 그 아픔에 같이 마음 아파 하셨던 거다. 뭔 일인지 맘에 생채기가 나서 울고 둘어오면 엄마도 덩달아 마음에 생채기 나서 속으로 우셨던 거다. 나는, 우리는 얼마나 많이 엄마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우리 4남매의 실의, 슬픔, 좌절은 고스란히 엄머에게로 갔던 거다. 아니 증폭되어 갔으리라.


나는 엄마의 아이가 되어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엄마는 동네 아이의 울음소리에 '우리 아이'의 아픔을 느끼고 저렇게 가슴 미어지는구나!

난 그렇게 당신의 사랑과 걱정 속에서 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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