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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nseo Aug 09. 2024

우리는 이걸 ‘취향’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넘쳐나는 oo코어?, 개인적 취향의 결과물

또 등장한 코어 트렌드?            


‘아, 입을 옷이 없네…’

나갈 준비를 할 때 즈음이면 항상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말이지만, 손은 겹겹이 쌓여있는 옷 무덤을 파헤치기 바쁘다. 급한대로 폰을 켜고 당일 배송으로 옷을 주문하고, 그다지 질이 좋지 않은 옷은 또 다시 옷장에서 묵혀지고, 우리의 소비 패턴은 텅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과소비에 지치고, 빠른 유행에 벅찬 미국 Gen Z들이 또 다른 ‘코어’를 만들어냈다. 바로 ‘노소비코어’가 등장한 것이다. 정확한 명칭으로는 ‘과소소비코어(underconsumption core)’. 적게 구매하고 더 이상의 소비를 자제하는 코어를 뜻한다. 소비를 아예 안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소비 성향에 비해 극단적으로 ‘구두쇠’처럼 소비를 절제한다는 차원에서 알기 쉽게 ‘노 소비 코어’라고 불리고 있다.

다만, 노 소비 코어는 다른 코어들과 다르게 시각적 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패션을 비롯한 모든 생활 패턴에 과소소비를 실천하는 코어다.


과소소비 코어를 위한 to do list

✅ 각종 채소들로 천연 염색하기

✅ 핏 수선으로 계속해서 입기

✅ 어릴 때 부터 사용한 전자제품 사용하기

✅ 생수병보다 텀블러 사용하기

✅ 사용하지 않는 천조각들로 봉제인형 만들기


컨텐츠를 보면 알다시피, 환경친화적이고 돈을 최대한 절약하는 내용들이다. 트렌드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재와 완전히 정반대인 내용들. 이때다 싶으면 소비를 요구하는 수 많은 컨텐츠들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유행의 과부하에서 벗어나고파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있는 현재, 노소비코어와 같은 또 다른 동향이 나타났다. ‘독서’가 Y2K 열풍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열풍의 한가닥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3시간만에 완판 된 카이아 거버의 'Come To My House, I Have Great Books' 티셔츠. 티셔츠 문구는 카이아 거버가 운영하는 북클럽 ‘ 라이브러리 사이언스’의 머치였다. 카이아는 티셔츠 외에 클럽 슬로건이 새겨진 형광펜, 볼캡 등 다양한 굿즈들도 선보이면서, 북클럽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그녀가 쏘아올린 독서 열풍은 모델이 독서로 팬들과 소통한다는 차원에서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내적인 요소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색다른 트렌드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스타일들이 가득한 코어 시대지만, 모두 따르기에는 현실적으로 돈도 부족하고, 다 따라잡기에도 벅차다. 그러나 독서는 금전적인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자신의 취향과 성향의 거울이 되어줄 수 있다. 효율적이면서도 이미지와 교양을 챙길 수 있으니, 어쩌면 패션보다 더 본인과 어울리는 표현 수단일지도 모른다.


엠마 왓슨, 두아 리파, 리즈 위더스푼 등의 톱스타들은 꾸준히 독서광의 자리를 지켜왔다. 책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본래부터 존재했지만, 카이아로 인해 독서광들이 조명된 사실은 유행의 파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흐름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유행에 불과한 건 아닐까?



하지만 유행으로부터의 피신, 또는 저항은 또 다른 소모적인 트렌드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노소비코어의 컨텐츠들을 보면 사실상 사회에서 늘 추구해왔던 절약 행동요령들과 다름이 없다. 이미 환경이슈의 중요성이 커져 자발적으로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있고, 과소비를 지양한다는 건 우리에게 암묵적인 양심이자 윤리적인 실천 사항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를 굳이 트렌드화 시켜서 ‘oo코어’을 붙인다는 건 오히려 대중들에게 피로감만 쌓이고 속된 말로 ‘뇌절’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독서광 열풍도 마찬가지. 독서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다행이지만, 독서를 흉내내기에 바빠 너도나도 책을 작위적으로 사용한다면, 피로도가 쌓이게 하는 다른 트렌드들과 다를바가 없다. 자기표현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섹시한 독서가 보여주기용으로 전락해 버린다면, 섹시는 커녕 컨셉충으로 오해받을 뿐이다.



코어 트렌드 양산보다 취향에 대한 존중으로


노소비코어나 독서 열풍이 나타난 맥락을 살펴보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릴 장식들을 추구하는 결에서 완전히 벗어나있다.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려고 하고 있고, 내적 가치들을 오히려 패션으로 승화하고 있다. 유행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주류속에서 점차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본인이 고유하고 있는 모습들을 이제는 치장하거나 감추지 않는 흐름이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의 라이프가 정보가 되는 시대. 누군가의 움직임이 곧 거창한 트렌드로 부풀려지게 된다. sns로 셀럽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노출되고 있다. 노출은 또 다른 유행을 만들고 트렌드라는 별칭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자신도 모르게 나만의 라이프가 트렌드로 소모되고 버려지는 일도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은 원하지도 않은 정보에 피곤해진다.


계속해서 미디어에 의해 트렌드화가 되고, ‘oo코어’가 붙여지는 현실이 결국 매력적인 본질들을 묻히게 만들고 있는 격이다. 코어 트렌드를 무조건적으로 양산하고 소비하기 이전에, 트렌드가 등장하게 된 취지와 비하인드들에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트렌드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취향으로 존재했던 그 라이프스타일들을.

이제는 그 많은 노출된 스타일들을 특정한 카테고리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굳이 꼭 담아내야하는이유도 모르겠다. 우리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하나로 일반화시키는 것 보다 그 자체로 바라본다면, 각자만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발판들도 마련될 것이다. 누군가의 취향이 피로감이 되지 않고 비아냥되지 않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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