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내 흉터가 필요하겠지
무심한 채 잔상이 가로질러야 하는 도로 한복판이
유난히 심술궂게 그들을 놔주질 않았다
지나치게 붙든 탓에 바퀴에 달린 얼굴들은 너도나도 빨갛게 달아올랐고
힘없이 주저앉아버렸다
순진하게도 우리는 차례를 기다렸다
바퀴를 굴릴 순 없으니, 눈이라도 굴려보도록
지루한 공기 입자가 몸 구석구석 침투했고,
내 안에서는 무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도로의 인질극에 참다못한 파동은 끝내 차창을 넘어갔다
하지만 반항은 거기까지
방음벽은 금세 나를 침묵시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방음벽을 노려보는 나는 하수일 뿐이었다
그래, 네가 부끄러워질 때까지 실컷 구경해 주지
우직히도 서 있는 너는 그 자리가 그렇게나 좋더냐
유리는 깨졌고, 콘크리트는 죄다 긁혔는데
성한 곳 하나 없는 넌 여기가 뭐가 그리 좋다고
그때였다
꽃 하나가 그의 고름을 받아먹으며
바보의 사연들을 조용히 묻어두고 있었다
황무지에서 둘은 이미 서로에게 이유가 되고 있었다
그에게 흉은 더 이상 없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바보라는 비아냥을 뱉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날 도로와 방음벽은 고작 꽃 한 송이를 위해 공작을 했더랬다
나는 그들의 찌에 걸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