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눈

짧은 시

by 한늘

날이 어스름이 풀리는 계절

유난히 단단한 지붕 아래

아직 녹지 않은 흰 눈을 발견할 때가 있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부드럽고 깨끗한 피부가

어쩜 그리도 부러운지

마구 질투가 난다.


그곳에 모인 작은 눈송이들은

어떤 우연을 만나

이렇게나 좁고,

그래서 안전하고,

또한 온전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발견했을까.


작은 입김에도 녹아 사라질 정도로

여리고 약한 너희들이

이상하리만치 나는 부럽다.


그 부러운 마음이 든다는 게,

그런 스스로를 자각한다는 게,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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