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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워커 Jul 30. 2019

씨즐(Sizzle), 소리를 통해 유혹당하다!

시청각을 통해 연상하는 음식의 맛

‘촤아악’, ‘치-익’, ‘후루룩후루룩’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을 때 발생하는 소리를 듣고도 식욕이 자극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람의 몸을 가진 이상 소리가 주는 관능적 자극을 물리치는 것을 정말 힘든 일입니다. 연기가 날 때까지 가열한 두꺼운 무쇠 팬에 두툼한 등심 스테이크를 굽는 상상을 해 봅시다. 팬과 닿는 부분에서는 하얀 증기를 내고 표면은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풍성한 향과 먹음직스러운 색깔로 변해갑니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우리를 극도로 자극하는 요소는 고기 표면의 수분이 팬의 열에 의해 급속 증발하며 발생하는 ‘지글지글’ 소리입니다.



채소를 볶을 때도 시즐이 발생된다.


서양에서는 이 소리를 씨즐(Sizzle)이라 표현하는데, 지금 시대에는 청각적 맛 표현 방식이 식품 광고의 주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어 씨즐 광고(Sizzle Ad)라는 광고의 한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개념이 활용 가능한 이유는 시청각적 요소가 제공되면 사람은 무언가를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글보글’ 소리를 들으면 어떤 상황이 연상되나요? 부대찌개나 된장국이 조리되는 상상도 할 수 있고 라면이 끓는 장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한 식품기업은 이러한 씨즐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글보글 부대찌개 면’이라는 제품명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이름만 들어도 부대찌개의 맛이 연상되도록 씨즐 요소를 극대화한 상품 네이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TV를 통해 유명세를 탄 ‘소떡소떡’의 경우도 방송인 이영자 씨의 독특한 제품 묘사로 인해 주목받게 되었는데. 조리나 먹는 과정에서 다른 음식과 구별될만한 시청각적 특색을 갖추지 못한 식품임에도 한입 ‘타아하~악’, ‘소시지와 떡을 동시에 아앙~’과 같은 특유의 표현과 의성어 자막이 더해져 씨즐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2배의 매출 증가와 2018 대한민국 브랜드만족도 식품(분식) 부문 1위의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소떡소떡은 소시지와 떡을 꼬지에 번갈아 끼워 구워낸 음식이다.


시즐 요소는 식품뿐만이 아닌 가전제품에도 사용됩니다. 얼음 정수기를 광고할 때에는 얼음의 강도나 시간당 생산량보다도 얼음이 컵에 떨어지며 나는 소리를 중점으로 보여주고, 김치냉장고 광고는 정교한 온도 조절을 위한 PID 기술이나 냉기 유출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강조하는 것이 아닌 김치가 발효되며 발생하는 ‘톡-톡’ 소리를 녹음해 들려줍니다.


광고의 씨즐이 의미하는 것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의 주요한 기준이 논리적, 이성적 판단보다는 본능적, 감각적 요소를 우선시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제품의 성능이나 특징적 요소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관능적인 요소에 의해 충분한 만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씨즐을 인식하고 있을까요? 밀려드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분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크인터내셔널 한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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