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기업을 창립할 여건이 될까?
코로나의 충격으로 인한 사회경제 전면적 변혁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변혁이 많은 나잇대가 청년기가 아닐까 싶다. 모든 나잇대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지만, 30대 주변의 청년기는 내게 개인적으로 여러 요소가 하나로 모이는 시간이다. 체력도 괜찮은 이유는 내 몸이 분명히 전보다는 낡았지만,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이 오히려 활기차다는 기분은 기우가 아닐 것이다. 지력도 지식도 이제 더 이상 축적하면 손해인 지점에 다다렀다. 배울 만큼 배웠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식을 축적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세상에 이득이 안 되는 것이다. 이기심이라고까지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창업에도 눈이 살짝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면 창업에 대한 관심과 글, 콘텐츠는 참 꾸준한 수요가 있는 것 같다. 다양하고 대안적인 경제활동에 대한 의식이 열리다 보니, 왜 수요가 있는지 공감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창업을 위한 절차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독일의 경우가 궁금해졌다. 마침 기사를 발견했는데, 첫 줄이 이렇다: "사무엘은 17살이고 직원 5명을 거느린 에이전시의 사장이다." 1인칭의 시점에서 소규모의 창업을 하는 시야를 볼 수 있어서 아래에 기사를 발췌, 번역했다.
창업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가족과 이태리 여행을 갔을 때 생겼어요. 14살 때였고 그전까지는 수의사가 꿈이었어요. 컴퓨터 게임을 가장 좋아하던 때였는데 7학년일 때 절친이 낙제해서 다음 학년으로 진학을 못했어요 (한국으로 치면 중3). 너무 허무해서 고민했어요. 이렇게 게임해서 내가 얻는 게 뭐지? 뭔가를 엄청 잘하는 수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그래서 생겼어요. 그때는 라틴어를 잘하고 싶었는데, 가족여행 중에 엄마가 지나가며 한 마디 하신 것이 씨앗이 됐죠. 주식처럼 뭔가 돈이 되는 걸 해보라고요.
3개월 후 아빠 명의로 상장지수 펀드를 처음으로 구매했어요. 구미가 당겼는데 14살이니까 투자금이 없었어요. 그래서 신문배달을 시작하고 작은 원금으로 많은 성취를 이룬 기업가들의 자서전도 읽었어요. 일론 머스크처럼요. 그 사람의 끈기와 발상의 전환에 매료되거든요. 그때쯤 가족의 지인이 저에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왔어요. 자신의 고객층과 더 잘 소통하고 싶다면서요. 진부한 말이지만 그 계기가 제 열정을 깨웠어요.
소셜 미디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파면서 처음으로 돈을 벌고 프리랜서와 협력해서 소규모 소셜 미디어 에이전시를 세웠어요. 고객층도 점차 뚜렷해졌는데 바로 Z세대, 그러니까 제 세대예요.
단순하게 들리지만 긴 과정이 필요했어요. 미성년자가 혼자 기업 계좌를 열고, 금액 청구서나 계약서를 만들고, 사무실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제한 영리 능력"을 증빙받아야 했어요. 필요사항은 부모의 허가, 학교의 추천서였고요. 그리고 지방법원에 가서 사업 기획서와 학업 성적표를 제출해서 법률과 금융을 이해한다는 걸 보여줘야 했어요.
마지막으로 사법보좌관이 제가 기업을 경영하고 전면적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판결했어요. 가족 법원이 최종 허가를 내린 후 기업 등록소에 가서 창립을 마쳤죠. 그게 11개월이 걸렸어요. 그래서 성장이 지체됐고요. 고객을 유치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는 있었지만, 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봉급을 계속 사비로 지불했어요.
청년 창업가 중 "무제한 영리 능력"을 택하는 건 드물어요. 주로 인큐베이터 제도를 통해서 대기업을 기반으로 해서 책임을 덜어요. 저는 그걸 의식적으로 택하지 않았어요. 독립적이고 싶었거든요. 귀찮은 과정이어서 다시 돌아간다면 아마 다시 그러지는 않을걸요. 반대로 과정이 어려우니까 그만큼 열정적인 사람들만 남겠지만, 그래도 절차를 단순화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미래에 대기업들과 경쟁하고 싶어서 삶을 투자해요. 매일 정확히 4시간 49분을 수면해요. 그게 가장 효율적이거든요. 내년에는 수능을 치고, 평소에 헬스장도 빠지지 않고 사업을 굳히려면 시간을 잘 써야죠. 제 친구들은 요즘 95%가 창업가들이어서 생각이 비슷해요. 과거의 친구 중 3-4명만 남았어요. 분기에 한 번 만나요. 그럴 때는 기업인으로서의 나 자신을 내려놓아요. 학교 성적은 나쁘지 않아요. 솔직히 제 열정은 오로지 제 회사를 향하거든요.
남들이 저를 진지하게 보지 않거나 무시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저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니까요. 제 경영 스타일은 배려와 인성을 중시해요. 직원들이 기한을 못 맞출 경우 저와 대화해서 해결책을 찾게 하는 편이에요. 사내 문화가 좋으면 팀의 경영이 엄청 재미있어요. 뭔가를 창출해낸다는 분위기는 기분 좋으니까요.
저의 계발 욕구를 탐탁지 않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괜찮아요. 주말마다 저녁에 놀러 나가지 않고 그 대신에 이렇게 삶을 투자하는 것은 제가 매일 의식적으로 내리는 결정이니까요.
약간의 해설을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우선은 한국과의 차이점이다. 독일 가정의 교육 철학이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학업을 전반적으로 크게 중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의 사회에서도 대학 졸업장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거나 거의 없어서, 학부모도 학생도 좀 더 자유롭게 미래 설계가 가능한 정서적 여유가 있다.
그리고 한국과의 공통점이다. 미성년자이다 보니 부모의 격려나 지원 등의 우호적인 환경이 도움이 된 것은 맞다. 그건 아마 한국이어도, 다른 외국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한 독일에서도 모난 돌은 튀기 마련이라서, 교실이나 학우 관계에서 약간의 눈총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걸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확신이어야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압박이 적음으로 인하여 진로 설정의 자유가 크다고 해서 저절로 꿈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