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뜨거운 햇살이 살짝 데쳐 논 들녘에
고개 숙인 황금 알맹이가 어여뿌다
봄 여름 가을 맑은 공기 숨을 고르고
쏟아지는 햇살과 빗줄기에 몸을 씻고
봄 바람의 살랑거림에 애교를 배우고
여름의 비 바람에 열정을 담아내거니
지금 가을에 겸양의 예를 행하는구나
사람아 사랑아 삶들 이여!
보고 열리고 가실 날들 아!
음양이 교차된 열 달 동안,
하늘 대지 사람 노래하며...
섭리가 영원함을 알려주네
사람아 사람아 이 사람아
벼 닮은 물이 그대의 몸이고
벼 안에 불이 그대의 맘이라
바람으로 오가는 숨이 있어
생명이라 앎이라 주절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