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인 걸까

by Amour Seo

인천공항 출국 게이트를 나오고 한참을 서성이다 마중 나온 아버지 발견했다. 다른 스케줄 중에, 오랜만에 한국에 온 나를 픽업하러 온 듯 바삐 움직이는 아버지는 조금 어색해 보였다. 부자간의 적막한 기운이 검은 코트 위에 내려앉을 때쯤, 나는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일 년 여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스트레스를 꽤나 받은 엔진이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 장시간의 비행기 탑승으로 피로가 쌓인 나는 그 불편하고 작은 공간에서 잠시 회상에 빠졌다.


빅토리아의 가족들은 유쾌하고 다정했다. 영국에서 이민을 온 부인과 캘거리 출신의 남편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부부에게는 두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있었다. 막내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의 또래였는데, 그중에 맏딸이 제일 붙임성이 좋고 친화력도 뛰어났다. 둘째 딸을 제외하고 모두 저녁 식사 자리에 모였다. 그곳에서 나는 이상하고 낯선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다소 높은 톤과 억양, 자연스러운 배려가 긴장하고 있던 몸을 사르르 녹여버렸다. 웃음꽃이 피던 첫날밤의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말할지 말지 고민하던 방의 아쉬운 조건들을 언급하지 않고 학교로 향했다.


수놓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청색의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하늘을 배경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중 어느 노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업타운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순간의 장면을 렌즈 속에 담으려는 나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라는 답변을 들은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영어 좀 할 줄 안다면서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내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순간까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캐나다의 노인 복지 정책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들이 사라진 거리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 나도 이곳에서 노후를 보낸다면 킹스부부와 그 노부부처럼 밝고 애틋할 수 있지 않을까?”


익숙한 공간의 방에 도착한 나는 짐을 풀며 추억의 조각들을 정리했다. 핼러윈 때 입었던 핏자국의 의사가운과 흰색의 가면이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의미가 새겨진 물건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찾았을 때쯤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첫 가족이었던 킹스부부의 소셜미디어에 들어가 보았다. 한 동안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은 그들의 페이지에서 내가 찍힌 옛 사진들을 발견했다. 몹시 행복해 보이는 나와 하우스메이트는 작은 프레임 안에 갇혀있었다. 두 계절을 함께 보낸 나의 벗과 킹스부부는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