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새벽이 문제야, 항상> 중에서
어느 유명한 문장처럼,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익숙함'이 지닌 소중함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하는 건,
‘익숙함’ 그 자체가 아니다.
익숙함은 ‘결과'가 아니라,
관계가 지속되는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요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통 우리에게 실망감을 주는 영역은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관계가 아니라
그로 인해 무너져버린 애정의 습관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익숙함'에 속지 말자는 말을 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는 사실 서로에게 빈틈없이 익숙해지길 원한다.
익숙함은 관계를 오래 지속하게 해주고,
많은 부분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게 해준다.
이 ‘편안함'은 관계의 불안함이 아니라
‘안정감'이라는 선물로 다가오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 익숙함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연애 초반의 달달함과 설렘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어 한다.
나는 이것 또한 관계 속에 '익숙함'이
적절히 녹아들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익숙해도 사랑할 수 있다.
아니, 사실 익숙해질수록 더 사랑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않아야 하고,
익숙함이 지닌 소중함을 깊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익숙함 안에서 더 깊은 사랑을 나누길 원한다.
박한평 에세이 <새벽이 문제야, 항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