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리는 것들에 대해서
함께 거닐던 이 거리가
이렇게 낯설어지는 걸 보면,
우리는 그만큼 멀어져 버린 걸까.
너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 희미해지는 걸 보면,
우리는 그만큼 지워져버린 걸까.
처음엔 너와의 추억이 부서질까 봐
품에 안고 애지중지했는데,
이제는 녹아내려 사라져버릴까 봐
두렵고 걱정스럽다.
점점 이렇게
잊혀지고, 잃어버리고..
그러다 서로에게
아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될까 봐.
나는 그게 너무 아쉽고 슬프다.
그렇게 될까 봐.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