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서
미안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제 없다.
우리 이야기가 적힌
책을 덮는 순간,
나도 그 안에 모든 걸 넣어두었다.
그때의 너, 네 옆의 나,
사랑했던 우리.
이제는 없다.
빈자리에 옅게 남아있는 온기만이
이곳에서 누군가 뜨겁게 사랑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을 뿐.
애써 닫아둔 것들을
끄집어 내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쏟아진 걸 감당해낼 자신이 없으면서
기웃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차갑고, 냉정한..
무책임은 한 번으로 족하다.
나도 이제 그만하려고.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