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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평 Apr 09. 2018

그때의 나는 이제 없다

감당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서

미안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제 없다. 


우리 이야기가 적힌 

책을 덮는 순간, 

나도 그 안에 모든 걸 넣어두었다.

그때의 너, 네 옆의 나, 

사랑했던 우리. 


이제는 없다. 


빈자리에 옅게 남아있는 온기만이 

이곳에서 누군가 뜨겁게 사랑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을 뿐. 


애써 닫아둔 것들을 

끄집어 내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쏟아진 걸 감당해낼 자신이 없으면서 

기웃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차갑고, 냉정한.. 

무책임은 한 번으로 족하다. 


나도 이제 그만하려고. 


박한평 에세이

<허공에 흩어진 이별의 기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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