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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한양 Jun 22. 2019

앞으로도 별다른 계획 없이 살 계획이다

더 즐거우려면 생각을 더 비우고 버려야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내 인생에서 어쩌면 처음일지 모를 인터뷰를 했다. 물론 전화 인터뷰고 실제로 어떻게 노출이 될지도 모르고 (사실 그대로 어떤 형태도 갖추지 못한 채 사라져버릴지도...)


우야둥둥 말하고 싶은 건.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전화 인터뷰이긴해도 정말로 성심성의껏 답변했으며. 질문을 하시는 분 또한 엄청 진지하고 신중하게 질문하시는 게 느껴졌다.


웃음기 싹 빼고 거짓이나 꾸밈없이 속내를 다 드러냈다. 전화를 끊고 '너무 솔직했나?'싶은 마음에 살짝 창피해지기도 했지만. 너무 유쾌한 경험이었다.


술자리도 아니고, 어느 행사장도 아니고, 누군가가 온전히 내 목소리에 귀기울여 집중해준다는 것은 참 근사한 일이다. 





언제고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 주인공을 받쳐주는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냈었다. 그것이 억울하거나 서럽거나 질투나지 않았었다.


모든 사람은 본디 각자의 자리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물론 내 자리가 남을 받쳐주기 위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의 자신감은 가지고 살았던 편)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많이 돕고 자리를 만들어드리며 열심히 배우자고 다짐했었던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30분 정도였지만 내가 주인공이 된 듯 했다. 아니 주인공이었지. 결과가 어찌되었던 30분 동안은 세상에도 오직 나 혼자 주인공이었다. 아주 흥분되고 아주 설레이는 기분이다.


이 맛이구나. 이 맛에, 한번 무대에 선 사람들은 쉬이 내려오지 못하는구나. 어쩌나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혹은 어떤 상황에 의해 끌어내려지면 그래서 그렇게나 좌절하고 무너졌었구나. 이 맛을 보았고, 느꼈고 즐겼던 탓이겠구나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에 대해, 나의 행보들에 대해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고 내 얘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털어놓고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살짝 부끄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나에 대해 좀 더 공정한 잣대로 들여다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것도 같다. 


왜 했느냐? 왜 하느냐? 라는 질문에 크게 막히지 않았다. 평소부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 모든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내 망설임없는 행동에서 단연코 남자는 빠짐. 니미) 


그래서 샘이는 나를 놀리곤 했었다. 

"언니는 참 결과주의자야. 언니는 참 성과주의자야."


그런데 나는 그런 내가 참 좋다. 그 결과와 성과가 언제나 돈은 아니었으니까. 무조건 성공은 아니었으니까. 정확하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기쁨은 무엇인지, 그것을 함으로써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머리가 돌아가고 몸이 움직이는 성향이다. 그런 나라서 나는 좋다.


친하니까, 아는 사람이니까 라는 설득력 1도 없는 이유 말고 내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내가 해야만 하는 절대적인 명분을 제시한다면 나는 언제고 행하리라. 그게 무엇이건간에. 





그리고 마지막 질문


내 삶의 목표? 꿈?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하루 어제보다 더 짜릿하게 행복하게 즐겁게 살고자 하는 게 내 삶의 지향점인데. 1년 뒤에는 뭘하자, 10년 뒤에는 뭘하자... 같은 계획은 안 세우는데. 이제까지 세워본 적도 없는데.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간의 삶이거늘~ 1년 뒤, 10년 뒤에 산다는 보장도 없으면서 왜 '지금'을 즐기지 못하고 자꾸만 앞만 내다 보고 사는지. 쯧쯧


현재와 미래를 놓고 봤을 때 나는 현재 70%, 미래 30%다. 그것도 요즘들어 많이 조율될 정도다. 거의 현재가 90%였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너무 잦고, 나와 상관없는 수 많은 이유로 당장 1시간 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너무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나는 지금 1분 1초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하다.


더 즐겁고 더 행복해야 할 거리들이 즐비한데... 미래를 계획할 시간도 부족할만큼, 현재에 놀 거리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러나 미래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태생이 '한량'이라 쉽지 않은 일임)





앞으로도 별다른 계획 없이 살 계획이다. 그러나 딱 한 가지! 호호할매가 되었을 때 하고 싶은 건 있다. 꽃집! 히~


꽃집을 운영하는 욕쟁이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에게 욕을 해대고 싶다. 교양머리없게, 지금과 유사하게... 그리고 밤이 되면 두런두런 사람들과 꽃들에 둘러싸여 술 한잔 찌끄리고 싶다. 


입술 때문에 거의 일주일째 술을 못마시는 것 같다. 낮에 먹은 매운 비빔국수에도 단번에 입술이 또 붓는 걸 보면 아마도 당분간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하,,, 오늘같은 날에는 불 꺼진 까만 방 한가운데서 술 한잔 기울여야 하는데. 


그림 시즌6도 어느새 나 모르게 시작되었던데... 12회? 13회까지 간 졸이며 보려면 술이 한잔 필요한데. 에고고~





자,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서 (말 할 때도 글 쓸 때도 두서없기는 매한가지. 도대체가 살짝만 다른 생각이 나도 어쩜 이렇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설 수 있는지...)


인터뷰를 마치며, 요즘 내 글을 읽었다고... 응원과 격려의 말을 한마디 해주셨다. 너무 애쓰고 지나치게 노력하지 말라고. 몸 아파가면서 할 정도는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건 이미 성공한 거라고. 그러니 즐기고, 잘 마무리만 하라고...


어쩌면 내내 그런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능력치를 넘어서 욕심을 부렸던 탓에 몸은 아프고 마음은 폐허가 되었는데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 누군가가 말려주거나 칭찬해주거나 잘한다고 격려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인정욕구가 대단히 강력한 나는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가 괜찮다고 말해줄 때까지 내달린다. 그 끝에 쓰러지더라도 '잘했어' '괜찮아' '멋져'라는 그 한 마디를 들을 때까지는 끝나도 끝난 줄을 모른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나는 그래서 미련하다. 그래서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기를 그렇게나 소망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자꾸만 남에게 인정받기만을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나는 나 자신을 아끼지 못한 채로...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이 고리를 끊어야한다. 내 안의 미련하고 고집스럽고 자격지심으로만 가득찬 나와 안녕을 고하고 싶다. 내년, 사십 이 살에는 꼭 그 아이를 잘 보내주고 싶다. 그러려면 올 해, 더 치열하게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잘 얘기하고 설득해서 그 아이를 내년에는 꼭 보내주어야겠다.


안녕, 못난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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