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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한양 Jun 22. 2019

새벽감성이 위험한 이유

이따위 소리나 하려고 자다가 일어났냐?


지난주 한아름 장 본 재료들이 시들시들하다.

곧 끝이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다.


그걸 핑계 삼아 야밤에 참외를 3개나 까먹었다.

사각거리는 식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늙은 할매마냥 흐믈정거린다.


소파에 널브러져 으석으석 참외를 씹어먹으며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오늘의 대화를 떠올리다가

또 멍하니...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내내 마른 사막처럼 쩍쩍 갈라진 입술이

화끈거리고 심하게 간지러워서

콘텍골드를 하나 먹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갑자기?)

분명 '글쓰기'를 안 하고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생각하기 싫었다.





일을 크게 벌렸으나 혼자서 처리해야 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열 받는 일 투성이고

모든 것이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만 같다.


왜 시작했지?

미쳤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럴 줄 몰랐나? 언제는 안 그랬나?

어쨌든 다들 남일이고 어쨌든 나 좋아서 하는 일인데도

그렇게나 남들이 원망스러웠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머릿속이 한결 차분해진다.

그리고 괜스레 혼자 무안하다.


나의 괴로움이, 나의 고달픔이

결국은 나로 인해 시작되었으면서

언제나 버릇처럼 남 탓하느라 치열했었던 것 같아서

누가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하듯이 부끄럽다.


그 와중에 오늘의 감사한 대화가 떠오른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전개력인지...)





이제 아무나 만나지 마세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굳이 너무 많은 만남과 굳이 너무 잦은 만남을 통해

괜스레 일을 만들고 말을 만들지 말...


올 한 해 작년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툭! 내뱉은 말 한마디로 잃은 신뢰들이 너무 많다.


어색하고 멋쩍을 때 나도 모르게 자꾸 말이 툭툭 나오고

오히려 더 세게, 강하게 나오는지라

생각지도 못했던 타격을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필요 없는 만남,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시작 말고

좀 더 신중을 가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삶을 재단해야겠다.


아닌 줄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행했던

모든 것들이 '뻔히' 엉망이 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참 많다.


곁에 있다고 지인이 아니다.

이름을 알고 연락처를 안다고 지인이 아니다.


진심으로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이가 지인이다.

곁에 없더라도, 마음을 전하는 이가 지인이다.


그래서 사람을 제대로 사귀어야 한다.

괜스레 힘 빼지 말고, 진짜 지인을 분별할 줄 알아야겠다.


내 편은 못 만들더라도 적은 만들지 말라고 했고

그 말을 여러 번 마음에 새기기는 하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그러했는지 반성이 는다.


와중에'아무나'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곁에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해하고 시기하고 미워하는 사람들도 많겠으나

묵묵히 응원하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들 곁에서 다시 기운을 차려보려 한다.








훗날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언제고 오게 될

'진짜' 잘 되는 날을 위해

한번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뭐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누구나 언제고 오게 될 '진짜' 잘 되는 날이 있으리라.

그게 당장 내년일지, 내후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러니... 누구라도 조심하는 게 좋겠다 싶다.





나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들, 나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

나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은 언제고 마음에 품고 있다가

내가 '진짜' 잘 됐을 때 그때 짠하고 나타난다고 한다.


마치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날이 선 칼을 들고

내 등에 내리꽂는다고 한다.


그렇게 무너져간 사람들을

수두룩히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굳이 적을 만들지 말라고...


평생 한 명의 적도 안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노력하라 한다.

행여 이미 그런 사람들이 있거들랑... 잘 풀라고 한다.


지랄하는 사람들은 그게 꼭 '내'가 아니더라도

세상의 누구든 잡아채 지랄을 떤다고 한다.

그러니 그 수많은 '누구든'에

내가 굳이 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냥 져 주어라'


바보인 듯, 모르는 척하고 져주고 말라고 한다.

그게 결국 좋은 거라고... 도인 같은 얘길 풀어놓는다.


아마도 오랜 세월

그가 겪었던 많은 경험들 덕분이었으리라.

이런 좋은 얘기를 진심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래서 그 앞에서는 자꾸만 눈물을 짓게 된다.

나도 모르게 말하다가 울컥거리기를 습관처럼 반복한다.


마치 꿰뚫어 보는 듯 늘 반성하게 만든다.

가장 들키기 싫어하는 내 모습만 쏙쏙 골라 보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듣기 싫게 말을 안 한다.


결국 내 입으로 털어놓게 만든다.

결국 나 스스로 인정하게 만든다.

(비겁해. 쳇)





쑥스럽고 어색하고 난감해서

쭈뼛거리고 주춤거렸던 모습들이

쥐뿔 아무것도 없으면서

거만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횡설수설! 내뱉은 말들이

얼마나 뼈 있게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지 알면서도...


'저 사람이 나를 몰라서 그런다'라는 핑계로

등 돌려버리고 모른 척했던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 수많은 생각들이 새벽잠을 몰아낸다.


목이 말라 일어난 새벽녘

결국 '글쓰기'를 놓쳤다는 것을 알았지만

후회는 없다. 오랜만에 꽤 달큰한 잠을 잤다.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입술 주변이 마른 사막처럼 쩍쩍 갈라져

피가 맺힐 만큼 힘들고 아픈 요즘이다.


그 와중에도 마냥 웃고 다니고

여기저기 잘도 찾아다니니 괜찮은 줄 안다.

하나도 괜찮지가 않다.


그 바쁜 와중에도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래야 모든 문제의 실마리가 하나씩 풀리니

무슨 열쇠라도 구하듯 다니는 건데

사람들의 오해는 참으로 끝도 없고 깊이도 없다.


나도 힘들다.

나도 아프다.


그 말을 하기가 참 어렵다.

이게 뭐라고 자존심이 상한다.

'나'이기 때문에 잘 해내고 싶은 오기에

이를 앙 물고, 피가 맺혀도 그 입술로 말을 한다.


그래도 위로받고 싶은 밤이다. 오늘은.

아무도 몰라줘도 된다........ 가 아니다. 오늘은.

모두가 알고 나 좀 도와줬음 좋겠다. 오늘은.


근데 또 내일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또 혼자 꾸역꾸역 해내겠지. 그러겠지.

언제나 그랬듯.


모르겠다. 어떤 게 맞는 건지.

어떤 게 정답인지 정말 모르겠다.





아, 술 안 마시고 마른 정신에도 눈물이 나는구나.

이래서 새벽감성은 위험하다. 조심해야 해.


스스로 무너지고 지가 파 놓은 감정의 골 속으로

한도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수가 있어.


이런 내 감정을 툭툭 건드리며

내내 놀리는 듯한 어떤 이의 글들이

내내 '내' 머릿속이 지들 세상인 것처럼 돌아다닌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신경이 쓰이고 거슬린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서

세상 통달한 듯 비아냥거리는 꼬락서니가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팔짱 딱 끼고 멀찌감치 앉아서

'너 하는 꼬락서니 좀 보자'는 식으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가도

뭐라도 할라치면 꼭 끼어서 아는 척을 한다.


멀이지지도 않으면서 가까이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를 무슨 진열대에 올라있는 상품 보듯 하는 것 같다.

내가 안 살 거지만, 보고는 있을게... 하는 것 좀 보자...

하는 식의 행동들이 내내 신경 쓰이고 짜증이 난다.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뭐라도 하려는 사람에게 입 좀 닫았으면 좋겠다.


시행착오와 수많은 상처와 실패 속에서도

뭐라도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비아냥은...

정말이지 최악 중에 최악이다.


평소처럼 탁! 끊고 모르는 이로 돌아가고 싶다.

처음부터 내 인생에 없었던 사람으로... 되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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