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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한양 Aug 19. 2019

너무나 지독히도 형편없어서

내가 나를 떠올리기 싫은 그런 요즘이다!



이상할 것도 없고, 서운할 것도 없고.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내가 뱉은 말은 생각하지 않고 자꾸만 위로받고 위안받으려는 꼴이 우습다. 한번 뱉은 말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면서 매번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가뜩이나 말에 힘도 있는 사람인데, 굳이 아픈 말만 골라하고 솔직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해버린다. 한다가 아니라 해버린다가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뱉은 날이 선 말들을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도 와 심장에 고스란히 박히는데. 나는 왜이다지도 바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일까. 입을 닫아야 하는데 자꾸만 지껄이고 있는 나를 볼 때면 소름이 끼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생각처럼 말을 못 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말을 줄이고픈 마음에서 이기도 하다. 


말은 할수록 내게 비수로 와 박힌다.


그렇게 내 말본새가 참 별로다. 너무 형편없다.


맞다. 형편없다. 그 말이 내내 마음에 남는 요 며칠이다. 너무나 지독히도 형편없어서 내가 나를 떠올리기 싫을 정도다. 지난날뿐만 아니라 지금의 나 조차도 치 떨리게 싫을 정도로 형편없다.


말을 줄이자. 입을 닫자. 이제껏 그리 떠들었으니, 이제 좀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소통해보고, 기왕이면 이쁜 말, 기왕이면 고운 말만 쓰자. 비리고 쓰고 아프고 독한 말은... 시간에 흘려보내자. 굳이 꼭! 내가! 그때! 뱉었어야 하는 말이었냐를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사람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 미련도 버리고, 기대도 버리고, 그리고 나의 모자람은 제일 먼저 버리자!


내가 너무나도 싫은 요즘.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관계


세상에 일방적인 것은 없다. 관계에서는 특히 더. 누군가에게는 치욕스럽도록 억울한 일이, 상대방에게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물론 전달하는 방식이나 표현에 잘잘못은 당연히 있을 수 있고.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전했다. 


사과의 방식 또한 일방적일 수 있어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름대로는 몇 번이고 전달했으며. 진심이 전달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사과를 전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몇 번이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욕심이 그의 욕심과 같지 않고, 나에게는 당연히 지켰어야 할 사항을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을 수도 있다. 내 욕심을 그에게 강요할 수 없고, 나에게 당연한 의무가 그에게도 당연한 것은 아니기에, 깊은 이해를 심어주지 못한 상태에서 윽박지른 것은 잘못했다고 볼 수 있다. 


내 방식이 많이 과격하고 거칠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하필 그때.. 술까지 마셨으니 오해가 오해를 더 쌓았을 테고, 지금의 내 기억보다 더 거칠게 대했을 수도 있다. 몇 번이고 사과를 통해 진심이 아니였음을 전할 참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한쪽의 얘길 듣고 진위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체, 함께 나에게 차갑게 등을 돌린 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신뢰가 있거나 애정이 있었으면 진위여부를 물어봤어야 하고, 차라리 화를 내거나 어떤 상황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제 3자에게는 심판의 잣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히 그 사람이 신이라 하더라도. 당사자간의 문제다. 누가 감히 지 기준으로 심판을 할 수 있단말인가.


차갑게 돌려버린 그의 등을 보면서 또 한 번 후회한다. 내가 그를 믿었던 것을... 내가 그를 애정 했던 것을...


나는 이다지도 멍청하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당하면서 또 믿고 또 애정하고 또 이렇게 상처 받는다. 그의 판단을 탓할 생각은 없지만, 나의 멍청함에는 땅을 치고 후회하며 가슴을 후려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지, 누군가를 다시는 또 쉽게 믿지 말아야지...


핑계일지 모르지만 내 말이 거칠어지고 입이 험해지는 이유에는... 마음을 열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가 가동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이 나의 부족함이나 내 인성의 얕음 때문이라면... 그 또한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이 정도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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