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너였다 너였었다 너뿐이었다
오랜만에 꽁꽁 보관만 하고 있었던 사진을 대방출해볼까 싶다. 참 오랜만에 밤 약속이 없고, 일은 대충 마무리했고, 얼핏 창문 너머 노을은 짙고 붉은 것 같은데 잘 보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니... 이 빌딩 숲 속에서 잠시나마 숨통이 틔일까싶어 클릭클릭 여기저기 숨겨두었던 사진들을 들춰내어본다.
개인 PC도 아닌데... 나의 거의 모든 사진은 회사 PC에 있다. 그래서 늘 용량이 딸려서 컴퓨터는 다닥다닥거린다. 그런데도 이 게으름은 사진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시간 고요히 사진을 들춰보며 추억에 젖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돌이켜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난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으며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었다
왜그리 억척스럽게도 미련스러웠는지
끝끝내 멍청하고 바보스러워서
떠올리기도 싫게까지 끌고 갔는지
모든 순간, 모든 시간이 후회로 남는 그 시절
2013년
너라면 내 오랜 기다림이 보람될 것 같았다
죽어도 후회 없을 만큼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은 어찌나 가혹한지
단 한 번도 내게 너를 알려주지 않았다
너인가 싶지만 단 한 번도 니가 아니었다
하루를 일 년처럼 꼬박 간절히 바라고 바라지만
한결같이 찬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 같은 운명은
그렇게 아직도 내게 봄을 전해주지 않는다
언젠가는... 이라는 희망이 유난히 아픈 요즘이다
2014년
다시 이런 느낌이 올지 모를 만큼 너였다
온통 너였다 너였었다 너뿐이었다
여전히 떠올리면 눈물부터 가득 차오르는 너였다
네게도 나였었다고 생각한다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던 너였다
나보다 나를 잘 알아서 자꾸만 울컥이게 하던 너였다
잘 지내고 있을 것을 알기에 걱정은 안 하지만
가끔 나는 내가 잘 지내고 있는 게 맞는지
자꾸만 서성이게 된다
그 마음이 또 올까
네가 갑자기 왔던 것처럼
그렇게 내게 또다시 불쑥 올 수 있을까
여전히 그게 너이길 바라는 바보인 게 문제지만
2015년
그래서 함께 나눈 마음이 더 많았다
매일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데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른다
대체 얼마나 더 비워야 조금은 편해질까
너는 내게 얼마나 큰 마음이었을까
얼마나 더 쥐어짜 내야 끝이 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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