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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한양 May 21. 2023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2023년 5월 21일 행복일기

한때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참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수업시간에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던 때도 있었다. 스무 살이 되며 대학에 들어가고 책 말고도 현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휘몰아쳐 놀았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나이는 어느새 중년에 이르러 마흔다섯 살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세상에 뒤엉켜 놀 때는 서른 살도 까마득하게 느껴졌었고 내 인생에 사십 대가 있을 거라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지금 이 나이에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의 마음이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사십 대에 난 좀 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굉장히 성숙한 어른이 되어 세상의 존경을 받으면서 내 일에서 성공한 꽤 부자가 되어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세상에서 제일 보잘것없고 초라하고 못 견디게 바보스럽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머릿속에 그리던 매우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아닌 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백하자면, 다소 철없고 여전히 과하게 뜨거운 지금의 내 모습도 생각보다 썩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남들과는 달라서 좋다.


똑같은 세상에, 똑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남들과 조금 다른 마음으로, 남들과 조금 삶을 사는 내가 어이없게도 꽤 마음에 든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참 다행이다. 막연히 기대하던 어른의 모습은 아니지만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 꽤 만족하고 있는 나라서 더 다행이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비가 오려는지 하루가 시작된 지 꽤 지났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잿빛인데 내 기분만큼은 꽤 근사하다. 햇빛 창창한 창가가 아니라서 글쓰기가 더 좋고, 웬일인지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꽤 견딜만하다. 짜증에 난리법석을 떨만한 이 소란스러움도 꽤 정겹다.


역시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던 것이었나?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침댓바람부터 부지런을 떨며 산책을 강요한 그에게 무척 감사한 아침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행복감이다.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행복이 가득하다.






입버릇처럼 자꾸만 행복하다고 하니 더 더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투정, 불평, 불만이 아닌 행복을 입에 달고 살아야하나보다. 역시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더니... 오래 살았고,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말은 꽤 들어볼 만하다.


이제는 글쓰기도 시작하기로 했으니, 슬슬 책 읽기도 시작해볼까 한다. 거의 25년 가까이 책을 손에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 많이 평안해진 마음이라 그런지 가끔 책이 그립기도 하다.


아주 오랫동안 손절한 친구인 것처럼 안부가 궁금하고 보고픔이 넘쳐흐를 때도 있다. 아마도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의 일렁거림이... 꽤나 가까웠던 옛 친구를 찾는가보다. 친구들만큼이나 곁에 두고 가까이했던 책을 조금씩 다시 펼쳐봐야겠다. 오늘은 한 장, 내일은 두 장... 그렇게 다시 책을 들춰봐야겠다.


아, 즐거울 일이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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