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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Jan 17. 2020

[김한강의 허영]
면접관이 됐다. 양말이 신경 쓰인다

면접관이 됐다. 내가 첫째로 보는 건 그가 어떤 양말을 신었는지 였다.

어느 날 나는 얼떨결에 면접관이 됐다. 우리끼리 만든 스타트업이니 모든 걸 함께 처리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래서 첫 채용에 팀원 전부가 면접관이 됐다. 그 비효율을 깨닫고 다음 채용부터는 절대 팀원 전부가 들어가는 불상사를 만들진 않았다. 여튼 그렇게 나는 면접관이 되어 지원자를 기다렸다. 


여러 명의 사람을 만났지만 기억나는 건 딱 한 사람. 주황 양말을 신은 사람이었다. 멀끔하게 포마드로 올린 머리, 카키색의 아메카즈 룩, 갈색의 각진 안경 거기에 매치된 주황 양말과 검은색 구두는 완벽했다. 거기에 검은색 양말을 신었다면 나는 분명 그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면접장을 나서 동료들과 지원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람 양말이 참 멋졌어". 나는 딱 그 한 마디를 했다. 그리고 나의 예상대로 그는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됐다. 양말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양말 덕분이긴 했을 거라 짐작해본다. 은근한 디테일에 신경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은근한 디테일은 그 사람에 대해 꽤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 힌트를 양말에 얻는다. 그가 어떤 양말을 신고 있는지는 관찰하는 것은 내게 꽤나 중요한 일이다. 


인터뷰를 하는 우리 특성상 각자의 인터뷰 스타일이 다른데 그는 그의 양말처럼 차분함 속에서 직관적인 언어들을 끄집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ANTHROLOLGIE 제품 1만 8천 원


해외에 여행을 떠나면 꼭 양말을 한 두 개 사 온다. 영국에 갔을 땐 귀여운 여우 문양이 프린트된 양말을 사 왔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 매장에 가면 양말을 둘러보길 바란다. 한국에서는 찾지 못한 높은 질의 프린팅 양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 언제부턴가 끔찍한 캐릭터 양말 천국이 되어버려 높은 질의 양말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ANTHROLOGIE 제품. 가격이 꽤 있지만 몇 장 사놓기에 충분하다. 이 양말을 신으면 꼭 내가 귀여워지는 것 같다. 앙증맞은 유치원생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가격은 1만 8천 원. 미국 브랜드로 검색하면 한국 사이트가 나온다. 


무인양품 제품 가격은 4천 원가량


그다음은 무인양품 양말을 추천한다. 적당한 가격대로 3장을 사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한 쌍에 4천 원가량. 가격 대비 괜찮은 최고의 양말이다. 무난한 스트라이프 패턴 혹은 단일한 컬러의 제품들이 나온다. 시즌마다 제품 리스트가 바뀌는 게 특징이지만 크게 디자인이 바뀌진 않는다. 



주황, 파스텔 블루 계열의 양말이 나오거나 스트라이프 제품이 나오면 꼭 사두시길. 매치할 때도 편하고, 무난한 룩을 생기 있게 바꿔준다. 유니클로 제품은 사지 말자. 우리 그래도 이 정도 디테일에는 조금 신경 써보자. 


팬톤 삭스 3켤레에 1만 7천9백 원, 5켤레 2만 7천9백 원


2019년 팬톤이 팬톤 패션 컬러 트렌 리포트에서 선정한 색을 바탕으로 양말을 판매했다. 아직 사보진 않았다. 작년 텀블벅 펀딩을 통해 1000%가 넘는 달성률로 펀딩이 마감됐다. 지금은 텐바이텐 등에서 구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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