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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Jan 20. 2020

[김한강의 허영] 전 애인이 데려갔던 100만원 호텔

맞다 나는 Ex 애인과 함께 1박에 100만 원이 넘는 호텔에서 잤다

운도 실력이라고? 이 말은 결국 실력 있는 사람이 운처럼 날아든 기회를 포착해 낚아챈다는 말이다. 나도 그 운을 낚아챘다. 그게 Ex 애인이긴 했지만. 맞다 나는 나의 Ex 애인과 함께 1박에 100만 원이 넘는 호텔에서 잤다. 물론 나는 무일푼으로 그곳에 입성했다. 호텔 이름은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 남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어쩌면 앞으로 묵어볼 호텔 중 제일 비싼 호텔. 우린 그곳에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갔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우린 주변 산책을 했어요' 바이브를 챙겨 그곳에 입장했다.



프런트에서 미리 예약 명단을 확인한다. 배정된 직원과 함께 숙소로 향한다. 반얀트리 클럽 & 스파라는 이름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이곳은 전 객실 커다란 스파가 준비돼 있다. 스파와 핀란드식 사우나가 마련된 거실과 커다란 소파와 테이블이 마련된 또 다른 거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거실만한 침실과 욕실이 있다. 직원은 우리를 객실로 안내함과 동시에 이용방법을 소개해준다. 스파는 한 번 물갈이가 가능하다. 물론 나는 물갈이를 한 번 했다. 이날 나는 '부의 구체적 그림' 그려   있게 됐다.



반얀트리는 객실동과 클럽동으로 나눠져 있다. 객실동은 조식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클럽동은 실내 수영장과 베이커리, 갤러리로 채워져 있다. 체크인을 하고 클럽동으로 이동하는 동안 마주친 사람들은 유난히 새하얀 흰색 옷을 많이 입고 있었다. 부의 색깔은 황금이 아니라 뽀얀 흰색이 맞다. 철저한 관리가 없으며 만들어질 수 있는 뽀얀 흰색.



실내 수영장으로 향했다. 레일이 깔려 있는 주민센터 실내수영장을 생각하면 안 된다. 따뜻한 온도의 스파 한 곳과 짧은 레일 두 개로 마련된 25미터 수영장 한 곳. 주말임에도 사람은 5명이 안됐다. 그곳에서 본 또 다른 부의 그림.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를 강사로 둔 8살이 채 안된 아이.



반얀트리 스파 & 클럽은 현대카드를 이용하면 객실, 식사, 스파 모두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평일은 가장 저렴한 디럭스, 프리미엄의 경우 50만 원 대, 디럭스, 프리미엄 '슈트'의 경우 80만 원 대다. 주말은 조식 포함 100만 원 대 가격. 숙박이 부담스럽다면 반얀트리 뷔페를 이용해 보는 걸 추천해본다. 내가 먹었던 조식은 정말 이 세상 음식이 아니었다. 국내 최고 수준의 호텔답게 조식 퀄리티 또한 최고 수준이다. 반얀트리 딸기뷔페는 성인 6만 5천 원. 1월부터 3월까지 운영한다.


이곳에서 일박은 내게 또 다른 구체적 꿈을 제시해줬다. 반얀트리 멤버십. 개인 정회원은 입회보증금 1억 3천, 부부회원권은 1억 8천5백만 원 선이다. 돈만 있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체를 통해 가입절차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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