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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Jan 16. 2020

[김한강의 허영]  팬티 챙기는 남자는 섹시해

팬티는 남자의 은밀한 디테일을 훔쳐보기에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면 은근한 단순함 속에서 살게 된다. 짧은 머리는 손질할 필요가 없다. 액세서리는 금물. 남자는 파랑, 여자는 핑크가 지금까지의 한국 사회가 아니었나. 그런 내가 눈을 번쩍 뜬 순간이 있다. 엄마가 팬티를 사주던 날이다. 엄마는 나를 이끌고 갤러리아 백화점 타미힐피거 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팬티 다섯 장을 구입했다. 팬티 가격은 무려 3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엄마는 내게 "고등학생이 됐으니까 팬티는 좋은 거 입어야 해"라고 말하며 팬티를 손에 쥐어 줬다. 그렇게 난 팬티의 세계에 빠졌다. 밴딩의 디테일, 바느질의 짜임새, 컬러와 패턴으로 짜인 '비싼' 팬티의 세계로. 남들에게 보이진 않는 곳에 장착한 팬티는 내게 묘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목욕탕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을 때는 타인의 팬티를 스캔하며 우월감을 뽐냈고, 기숙 생활을 했던 고등학교에서 나만의 유니크함을 드러낼 수 있었다. 단연 나보다 돋보이는 팬티를 입는 학생들은 없었다.



그 후로 선후배를 막론하고 친한 남자들 선물은 팬티로 했다. 고등학생 때 친했던 형에게는 리바이스 팬티를 선물했다. 얼마자 좋아하던지, 최근에 만났는데도 그 이야기를 하더라. 대학 선배에게는 타미힐피거 슬립 트렁크를 선물했다. 낯부끄럽지만 선물을 사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야릇한 순간 자랑스럽게 바지를 벋어 던지는 모습 말이다. 그리고는 추측해본다. 그 팬티를 바라보는 파트너는 뭐라고 생각할까. 짐작하건대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남자 좀 섹시하군'. 왜냐면 팬티는 남자의 은밀한 디테일을 훔쳐보기에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COS 저지 박서 브리프 2개 세트 25,000원


그런 의미에서 팬티를 몇 가지 추천해본다. 우선 COS 팬티다. 합리적인 가격대다. 한 장에 1만 5천 원 정도다. 질도 가격 대비 정말 만족스럽다. 팬티는 자주 빠는 제품이다 보니 면의 두께가 중요하다. 너무 얇으면 금방 헤져서 자칫 정말 촌스럽고 빈티나 보이는 수가 있다. 늘어난 팬티만큼 빈티나 보이는 게 없다. 특히 잠자리에서. 명심하자. COS 팬티는 살짝 두꺼운 두께로 자칫 답답할 수 있는 것을 부드러운 면 재질을 사용해 커버해 준다.


COS 코튼 저지 박서 브리프 15,000원


단순한 패튼보단 화려한 패턴을 바란다면 신중히 선택하길 바란다. 절대, 네버, 코데스콘바인. 백화점에 입점된 브랜드가 비싸다는 이유로 로드샵 제품을 사진 않길 바란다. 그 은근한 타협을 타인들도 알고 있다. 코데스콘바인, 예스 제품을 절대 사지 마시길 당부한다. 마지노선은 리바이스. 추천을 하자면 청바지 형태로 프린트된 팬티다. 은근한 귀여움을 어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사려고 찜해둔 팬티로 마무리하겠다. 무난한 스타일에 조금 질려 시도해보려는 제품이다. aussaieBum이란 브랜드로 호주 브랜드다. 정말 귀엽다. 이걸 입은 당신보단 이걸 입고 있는 당신을 볼 타인을 상상해봐라. 나 같은면 깨물어 주고 싶을 거다.



제품은 https://www.aussiebum.com/ 이곳에서 구매 가능하다. 가격대는 다소 높지만 두 장쯤 소장해도 괜찮을 듯싶다. 보통 가격은 7만 원 대. 비싼 건 13만 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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