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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Jan 23. 2020

[김한강의 허영]
명품이 필요할 땐 립스틱을 사

사실 나의 최고 자랑은 입술이다.

사실 나의 최고 자랑은 입술이다. 탱글하고 도톰하다. 주름도 알맞다. 그런데 아이쿠. 남자 입술에 색깔이 없으니 대놓고 자랑할 수가 없다. 방법이 없을까. 시작은 립밤. 근데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 먹어버리는 걸. 자랑할 수가 없지 않은가. 새빨간 립스틱은 바를 수가 없다. 어울리지 않는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아냈다. 내겐 매트한 코랄이 어울린다. 그런 내가 무슨 립스틱을 바르냐고? 바로 명품 립스틱이다.



나이가 들 수록 눈은 높아져만 가는데 이것들을 어찌 감당할고. 몇 년 전부터 내 눈에 명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나이 20대 중반. 루이비통, 샤넬, 디올, 아르마니, 프라다. 내게는 멀기만 한 엄마 옷장의 그것들이 내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너 정도면 이게 필요해". 그래 나 정도면 저게 필요하지. 일단 아빠 옷장을 뒤졌다. 아빠 옷은 고루한 편이니 일단 가방부터 챙겼다. 그래도 부족하다. 아직 200만 원을 할부로 긁을 용기가 있는 나이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립스틱을 사기로 했다. 그것도 명품 립스틱으로. 



명품이 주는 만족감은 굉장히 크다. 파우치에서 이 녀석을 집어 입술에 바르고 뚜껑을 닿는다. 그리고 파우치 안에 넣는다. 이 모든 과정은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켜준다. 모두가 나를 주목하는 것만 같다. 다들 한 번쯤은 노래를 들으며 뮤직비디오 한 편 찍어보지 않았나. 오! 마릴린 먼로. 오! 오드리 헵번. 그들과 나는 이 장면만큼은 큰 차이가 없다. 왜냐면 내 손엔 톰포드 립스틱이 쥐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립스틱은 합리적이다. 보통 명품 브랜드 립스틱은 4만 원에서 9만 원 사이. 내가 지금까지 산 것들은 이렇다. 아르마니 립밤 3만 6천 원. 색상은 총 여섯 가지. 내가 쓴 건 플럼 피버다. 촉촉하고 적당한 혈색을 찾아준다. 무엇보다 패키지 때문에 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틴티드 립 케어 밤 3만 6천 원


그다음은 버버리 리퀴드 립 벨벳이다. 일단 패키지를 보자마자 살 수밖에 없었다. 뚜껑 부분 디테일이 압권이다. 버버리 브랜드 시니처 패턴을 활용해 제작했다. 색상도 14개다. 


버버리 리퀴드 립 벨벳 4만 2천 원
버버리 리퀴드 립 벨벳 Fawn Rose 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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