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허프포스트 코리아 시니어 비디오 에디터입니다. 닷페이스 프로듀서로 뉴미디어 생태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엊그제 회사 선배를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반가운 인사가 오고 가고, 회사 안부를 묻고, 캘리포니아가 본점인 카페답게 화려한 브런치를 시켰다. 그날 대화의 메인 디쉬는 또 다른 회사 선배의 등단. 그 선배가 작년 1년여간 쓴 단편소설이 중앙일보 신인 문학상을 받은 것. 그 선배는 1년간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썼다. 퇴근을 하면 언론사의 교육문화센터 소설 쓰기 수업을 들었다. 애초에 직업이 기사 쓰는 일이니 글이라면 익숙했을 터였다. 그 선배에게는 그것이 또 다른 재테크였으리. 결국 큰 상금과 함께 등단을 했으니 대성공이었다.
"저작권을 가진 사람이 돼라!" 선배가 말했다.
그렇다. 본인 콘텐츠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는 더 가속화될 것이 분명했다. 누군가는 타고난 얼굴을, 누군가는 본인의 글을, 누군가는 취재를 한다. 그리고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언택트는 현실이 됐고, 넷플릭스는 접속자 폭주로 화질을 낮추어 송출했다.
이틀 전 뉴스에서는 아마존의 베조스는 첫 트릴리언 달러(조 단위) 갑부 반열에 오를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내 회사인 마켓컬리는 1000억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도 같은 시기에 접했다. 이 사실이 알려주는 것은 이제 노동자의 개념은 두 종류로 나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아닐까? 하나는 크리에이터 또 다른 하나는 워커. 하지만 이 워커 또한 언제 기계로 대체될지 모르는 일이다.
얼마 전은 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농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가 말하길 요즘은 잡초 뽑기, 작물 심기, 수확하기 등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외주 업체가 있다고 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오래된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곳조차도 똑같은 산업 문법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눈여겨보는 곳은 템페라는 식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템페는 인도네시아 발효식품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비건 지향이라는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결국 이 산업에서는 템페라는 아이디어를 국내로 가지고 온 '파아프'가 비즈니스 크리에이터인 셈이다.
결국 쉽게 말해, 시키는 것을 하는 사람과 자기 것을 만드는 사람으로 갈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틈은 이미 벌어졌고,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아메리카 팩토리>를 보면 미국 노동시장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GM 자동차 공장 직원으로 이루어진 동네는 GM이 자동차 공장을 철수하며 실업자 동네가 되어버렸다. 이후 중국 유리부품 기업이 들어오지만, 노동자들은 또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방영된 <시사자키 코로나 7부작 특집> 방송 중 인상 깊게 본 내용이다. 방대한 정보, 다양한 플랫폼으로 인해 정확한 타겟팅이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내용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소량 생산에 대한 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의 버전에 다양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왜 다큐멘터리에 투자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다. 광고가 아닌 독자들의 구독비용으로 운영되는 OTT의 특성상 다양한 독자들을 흡수해야 하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시청자가 바로 그 다양한 독자들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맞다. 결국 내 것, 저작권을 갖고 이에 대한 시장성만 어느 정도 증명된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