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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Oct 28. 2020

당연과의 조우

2020년 10월 28일

입사한 지 어느덧 9일.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한 것은.


모든 팀원과 한 번의 1:1 면담.

모든 리더들과 한 번의 회의.

팀원들과 세 번의 회의.

팀원들과 일주일 간 식사.

이사님과 두 번의 회의.

대표님과 네 번의 면담.


우리 회사를 알아가기 위해 천천히 단계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면담, 회의도, 식사도, 커피 타임도. 모두 나에게는 대화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 앞에 수첩이 놓여 있느냐, 노트북이 놓여 있느냐, 커피가 놓여 있느냐, 밥이 놓여 있느냐의 차이일 뿐. 내 신경은 모두 사람을 알아가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내가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이 있었다. 입술을 자꾸 모으게 되고, 고개를 조금 과하게 끄덕거리게 되며, 입을 자주 가린다는 것이다. 그렇다. 웃음을 참고 있다. 웃음을 참는다는 표현보다는 사실 미소를 참는다는 표현이 더 맞다. 뭐 미소를 참을 필요까지야 싶기도 하지만, 이 미소가 아빠 미소라면 상황이 약간 다르다. 이제 온 팀장이 팀원을 보고 그런 미소를 짓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이사님과 대표님을 보고 그런 미소를 짓는다니.. 나를 또라이로 볼 것이다. 상상만으로 민망하다.


내가 참아야 할 정도로 미소를 짓게 된 이유는. 

대화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인상을 받은 이유는.

모두가 당연한 이야기를 해서다.

모두가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리고 당연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 사람들.

회사를 사랑한다.

자기 일을 사랑한다.

고객을 사랑한다.


당연한 말, 당연한 생각, 당연한 마음인데,

언제부터인가 당연스럽지 않게 되어 버린 것들.

난, 당연한 것들에 새로움을 느꼈다.


이제는 친한 형이 되어버린 전 회사 이사님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우리 회사만이 가진 경쟁력과 핵심가치가 무엇일까. 회사를 슬로건이나 태그라인 같은 것으로 표현하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때 형이 이런 슬로건을 말했다. 'Good People, Good Company.'


겨우 4초 남짓이었다. 회사 슬로건을 저렇게 짓는 광고회사가 어디 있냐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시간은. 5초도 안되어 나는 저 슬로건에 무릎을 탁 쳤고, 회사 지향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올드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가끔 당연한 것들을 잊고 산다.

잊다 보면 행동에도 드러나게 된다.


좋고, 다행이고, 기쁘다.

지금 우리 회사가 'Good People, Good Company.'라서.

내가 이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어서.


팀원의 절반 이상이 텀블러를 쓰려고 노력한다. 이런 것도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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