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4일
복지는 필요에 의해서 생겨나지 않는다.
복지는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생겨난다.
10년 간의 회사생활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건데, '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복지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면 복지를 절대 만들 수 없더라. '지금 생각하는 이 복지가 꼭 필요한가'라는 검증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검증 과정은 여러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1)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가. (2) 모두에게 평등한가. (3) 사내 분위기 개선, 단합력 증대 등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 등과 같이 복지를 만드는 사람, 조직의 성향에 따라 검증 요소는 다양하다.
이렇게 검증하다 보면 처음에 생각했던 복지는 꼭 필요한 복지가 아닌 것으로 결정된다. 그러다가 결국 복지를 만드는 것 자체가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혹은 엄한 복지들이 튀어나와 실현된다. 대표적으로는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하는 사내 공모전/챌린지 같은 것이나,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친목도모 파티가 그렇다. (물론, 최악은 등산..?)
이런 것들은 결국,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것들이 되어버리고 만다. 준비한 사람은 돈 들여, 시간 들여 기껏 준비했는데 반응이 별로라서 상처 받고, 직원들은 우리를 정말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젓는다. 결과적으로 원하던 단합과 분위기 개선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복지가 억지가 되거나, 복지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복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에는 어떤 복지가 필요한 것 같아?, 어떤 복지가 생겼으면 좋겠어?"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복지보다는 제도, 보상 쪽에 가까운 의견들이 튀어나온다. '주 4일 출근', '해외 워크샵', '인센티브', '업무시간에 다른 거 하기(일 빼고 뭐든 좋음)'와 같은 것들 말이다.
복지 담당자들은 말한다. "아니 아니 그런 거 말고, 뭔가 분위기를 UP 시킬 수 있는 거. 회사 분위기가 조금 좋아지기 위해 꼭 필요한 거.."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다.
복지를 만드는 사람과 복지를 받는 사람은 필요한 것이 서로 다르다. 복지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복지는 '좋은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복지'다. 복지를 받는 직원 입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덜 일하고, 더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복지'이다.
서로가 원하는 답이 따로 정해져 있는데 '꼭 필요한 복지를 만들자'만 붙들고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일까.
모두가 만족하는 복지, 실행하자마자 회사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180도 바꾸는 복지는 없다. 해외 워크샵도, 점심 맥주 파티도, 소고기 회식도, 서프라이즈 휴가도. 누군가는 만족을 못 느낄 수 있고, 그거 하나로 회사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없다.
'이걸 하면 정말 회사 분위기가 바뀔까?'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아무런 복지도 실현할 수 없으며, '이걸 하면 정말 회사 분위기가 확 바뀔 거야'라고 함부로 맹신을 했다가는 큰 실망을 경험하고 복지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뭐야, 기껏 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네? 복지고 뭐고 다 필요 없네."라는 위험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애초에 인정하자. 모두에게 만능열쇠가 되는 복지는 없다. 인센티브, 휴가와 같은 보상은 만능열쇠가 되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지속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나는 복지는 보상/제도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돈을 더 주고, 일을 덜 하는 것은 복지가 아닌 보상/이벤트라고 생각한다. 굳이 정의하자면 '조금 더 행복하게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를 복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복지는 다양할수록 좋고, 강제성이 없을수록 좋고, 꾸준할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들 복지 문화/사내 문화라고, 문화를 붙여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문화라는 것은 어떤 한 가지 대단한 활동을 통해 순식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활동이 꾸준하게 지속되었을 때 문화가 되고, 분위기를 바꾼다.
결국 좋은 복지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직원에 대한 관찰, 관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가 복지를 만드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친구, 연인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그 사람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사무실 맥주 파티도 바쁜 사람은 없는지 사전 체크하고, 바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다른 무엇인가도 준비하고, 맥주를 못 마시는 사람 위한 무언가도 준비하는 등 직원들의 상황이 고려된다면 복지가 될 수 있다.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월에 한 번씩 진행해서 맥주를 콜라로 바꾸기도 하고, 못 참여한 사람들이 다음에도 참여할 수 있게 꾸준히 한다면 복지가 될 수 있다.
고민해야 할 문제는 맥주 파티 자체가 아니다. 직원들의 상황/취향/불편함 등을 고려한 맥주 파티냐 아니냐가 문제다. 그러니 사무실 맥주 파티가 꼭 필요한 복지인지 아닌지를 놓고 너무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세상에 꼭 필요한 복지란 없다.
그러니 꼭 필요한 복지를 찾지 말자.
그 시간에 동료들이 뭘 좋아하는지,
뭐가 불편한지 꾸준히 관찰하고, 관심 갖고, 사랑하자.
그럼 만들어야 할 복지가 눈 앞에 스윽 나타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