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9일
최근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겨 어떻게 스피치 하면 좋을지 연습 중이다. 오랜만에 하는 프레젠테이션이다 보니 해야 할 말도 잘 정리 안되고, 긴장도 되는 듯하다.
과거에도 대행사에서 경쟁 PT를 하거나, 대학교 특강이 잡히거나, 사내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자주는 아니지만 따라 남들 앞에 서서 뭔가 공식적인 발표 같은 것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럴 때 개인적으로 쓰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말이 있다.
바로 "간단하게 말씀드리면"이다.
자매품으로 조금 더 별로인 "쉽게 말씀드리면"도 있다.
기간으로 보면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시작하게 5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얼마 안 되는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느낀 것은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을 안 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 그래서 준비가 안 된 프레젠테이션일수록 주저리주저리 쓰잘 대 없는 말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상대에게 전달한 문장과 텍스트가 너무 많아지면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혼선을 준다.
대부분의 경우 말하는 중간에 이를 알아채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아, 말이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방금 말한 건 TMI다.' 생각하며 말이다. 그럼 바로 이어서 다급하게 위의 문장을 꺼내 쓰게 된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 는 ~~~ 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한번 정리를 하고 다음 말로 이어간다.
리허설을 많이 할수록, 내가 말한 것을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내뱉는 문장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함에 있어 이 정도 문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간단하게 말씀드리면'을 쓰는 횟수도 줄게 된다.
하지만, 이런 연습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청중이 못 알아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꼬리에 꼬리를 물며 부연 설명을 계속한다. 즉, 프레젠테이션 연습 부족이, 현장에서 걱정과 당황으로 변하게 되고, 이는 말하지 않아도 될 사족을 불러오고, 결국 '간단하게 말씀드리면'이라는 문장을 불러오는 수순이다.
물론 저 말을 중간중간 계속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정리 및 강조를 하기 위해서 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용도가 그렇다면 문장도 '마지막으로 제가 강조드리고 싶은 말은'이나 '저희가 오늘 가장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이라는 말로 변경해서 쓰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도로 부정적인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쉽게, 간단하게 말해주겠다' 속에는 '어렵게 말했다'가 깔려있다.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청중은 어려운 말을 모른다는 약간은 깔보는 듯한 요소가 문장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진실은 어렵게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핵심을 말 못 하고 주저리주저리 말했기 때문이기에 저런 의미를 내포한 말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가 덜 되어서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간단하게 설명드리면'이라는 말을 사용할 경우 '나는 똑똑해''나는 전문가야'라는 것을 뽐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문 용어를 줄줄줄 이야기하고, 단락마다 정리해주는 패턴이다. (몇몇 이론형 전공 교수님 패턴?) 물론,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군더더기 없이 말할 수 있는 것에 어려운 말로 사족을 더하는 것은 어차피 좋지 않은 것 같아 자제하려 노력한다.
발표, 프레젠테이션은 수단에 불과하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목적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기 위함이고, 이해시키기 위함이고, 청중과 함께 소통하기 위함이다.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전달이 안되었다고 생각되면 그냥 넘어가기보다 다시 설명드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고 당연시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느낀다.
우리가 '간단하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청중을 위해서라기보다
청중을 이해시킬 멘트를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나를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