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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Mar 19. 2021

잘못된 건 없다, 못된 거지.

2021년 3월 19일

"이거 조금 잘못된 것 같은데요?"

"제, 이야기를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요?"




카페테리아에서 일을 하다 보면, 옆에서 주니어 직원들끼리 회의하거나 대화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된다. 그때 다른 이야기는 몰라도 위와 같은 말들이 나오면 꼭 귀에 걸린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귀에 거슬린다. 거슬려서 귀에 걸리는 걸까?


연차가 쌓여가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니, 스마트폰과 격변의 마케팅 시장을 함께 하다 보니 함부로 답을 내릴 수 없어지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어제 틀린 것이 오늘 맞고, 엊그제 틀리던 것이 어제는 맞더니 오늘은 또 틀리기도 하더라. 


그래서일까. 가끔은 굉장히 확신에 찬 자기 의견을 들을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이내 '라떼도 말이야~ 지금 너네랑 똑같이 근거 없이 확신에 찼었지.' 생각하며 불편한 마음은 한편에 밀어 넣고 내 일에 집중한다. 나 역시 저랬던 시기가 있다. 내 말이 맞다고 우기고, 내 생각에 대해 확신을 가장 많이 했던 시기가 2~3년차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낯뜨거움과 부끄러운 감정이 떠오른다. 


저런 말을 하고 있는 주니어 직원들의 대화를 멀리서 보고 있으면 서로가 서로를 답답해하는 것이 보인다. 일을 어떻게 수정하거나, 처리할 것인가는 어느새 뒷전이다. 이게 맞네, 저게 맞네만 하다가 끝나버린다. 정답을 찾는다는 명분 하에, 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의견 교환을 한다는 핑계하에 감정싸움만 한다. 그걸 보고 있으면 회의 마지막에 정리를 하고,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이 정하고 끝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된다. 




위에 에피소드는 주니어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단순 연차 문제는 아니다. 모든 주니어들이 자기 확신과 주장에 취해 저런 비 생산적인 회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시니어들이 자기주장이 맞다 함부로 단정 짓지 않고,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여 정리에 나서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매번 비생산적인 회의를 하는 연차는 없을지 언정, 매번 비생산적인 회의를 하는 사람은 있다. 이상하게 그 사람은 매번 비생산적인 회의에 엮인다.


아마 단순히, 비생산적인 회의에 엮이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비생산적인 회의나 대화에 중심이 되는 사람이지. 

그 사람들이 자주 쓰는 단어이다. '잘못' 


자신의 말이 맞고, 다른 것들은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대화를 감정적으로 만들고, 회의를 비생산적으로 흘러가게 한다. 상대방의 의견이 나와 다르거나, 어제 이야기했던 것에서 어긋나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틀렸을 수도 있다. 그걸 그냥 넘어가자는 이야기도 물론 아니다. 


이런, 못된 표현을 쓰지 말자는 것이다.

'잘못된 방향인 것 같다.'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다.' '잘못 이해하신 것 같다.'


'서로의 의견이 약간 다르니, 이야기하면서 조율해봅시다.' 같은 표현이나 '혹시 이렇게 생각하신 의도가 있을까요?'와 같이 대화를 이어가는 좋은 표현도 있는데.. 덮어두고 잘못이라는 단어를 써서 감정싸움을 이어가는 여지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잘못이라는 단어를 매번 쓰는 사람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

이 의견이 잘못된 게 아니라 

니 성격이 못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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