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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Jan 27. 2021

그럴 거면 회사에서 방귀도 트시던가.

2021년 1월 27일

새해 첫 글이 방귀라니.

하지만 난 이 글을 꼭 써야겠다.


지난 주말 친한 형과 커피를 한 잔 했다. 회사생활을 함께 했던 형이라서, 과거 같이 회사 생활했던 때를 추억팔이 하거나 사회생활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던 와 중 형이 뜻밖의 명언을 하나 던졌고, 난 이 말이 참 병신 같지만 멋있었다.


'화는 방귀 같은 거지. 한 번 트면 다시는 못 참아, 아니 안 참지.'


이 명언이 터지기 전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 많은 분들이 알아채셨으리라 생각한다. 직장에서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화는 감정이다. 컨트롤이 잘 안 될 수 있다. 이는 방귀도 마찬가지다. 생리 현상이라 컨트롤이 잘 안 될 수 있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진다. 방귀가 마려우면 얼굴이 노래진다. 친구랑 있을 때 화를 자주 내면 친구들이 화 좀 그만 내라고 말한다. 방귀도 마찬가지다. 그만 좀 뀌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니 많은 것들이 비슷하다. 생각하면 할수록 형의 인사이트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위에서 말한 것 같이 회사에서 화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감정을 억눌러라, 감정을 느끼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습관처럼 화를 표출하는 것이다. 참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즉, 사무실에서 화를 트는 것이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숨길 수는 없지만 참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눈물이 핑 돌고, 말을 더듬게 되고, 얼굴이 붉어지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드러날 수는 있다. 하지만 대 놓고 표출하지는 말자.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혼자 있을 때 표출하자. 방귀를 참고 참고 참다가 혼자 있을 때 뀌는 것처럼 말이다. 방귀도 혼자 뀔 때 시원하게 뀔 수 있는 것처럼 소리치거나, 욕하는 것도 혼자 있을 때 조금 더 시원하게 할 수 있다.


내가 여기에 해당되지는 않는지 돌이켜 생각해보자. 회사에서 업무적인 일로 대화를 하다가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넘어 고성을 지르지는 않았는지, 특정 대상에게 욕설을 뱉지는 않았는지, 책상을 내려치지는 않았는지, 심할 경우 물건을 집어던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방귀랑 화가 같냐. 일하다 보면 화를 낼 수도 있지라고 화보다는 방귀를 더 높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가정생활과 비교하며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집에서 가족들과 있을 때 방귀를 참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는지, 화가 나서 고성을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을 하는지. 


비유가 잘 못되었다고 이야기하며 합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모든 면에서 화가 방귀보다 함부로 텄을 때 훨씬 좋지 않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남들의 따가운 시선도, 업계 평판도 화를 많이 낼 때 더 좋지 않을 것이며,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의 숫자 역시 화를 냈을 때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어지간하면 사무실에서 방귀 참듯 화도 좀 참자. 방귀는 소리, 냄새, 한 순간의 웃음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나지만, 화는 사람들의 마음에 비수로 꽂혀 두고두고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만들어 낼 것이다. 방귀는 웃음을 부르고, 화는 갑분싸를 부른다.


혹시나 아직도 의심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내일 사무실에서 방귀를 한 번 터 보시길 권해드린다. 방귀 트는 것이 무섭다면, 화를 트는 것도 무서운 일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 이 글은 회사에서 방귀 트는 것을 독려하는 글이 아닙니다. 

* 화를 트지 말자는 것을 독려하는 글이라는 점 '꼭꼭꼭'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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