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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진 Jul 12. 2023

유능한 기획자는 박애주의자

장인성 님의 '마케터의 일'을 읽고..

책을 읽고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박애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저만큼 사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광고를 기획을 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 브랜드의 찐 팬을 만들자.' '브랜드 팬덤과 소통하고 친밀도를 올리자.' '우리 브랜드의 덕후를 만들어 보자.'


이런 상황일수록 뭐가 됐건 간에 사랑하고, 몰입하고, 집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유도해 내기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해보지 않는 사람이, 사랑하게 만드는 법을 만든다니.. 글로 쓰고 보니 더 말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영화, 브랜드를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획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우리 일은 항상 사람에 둘러싸여 있다. 초능력도 못 쓰면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움직여야 한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소비자도 사람이고, 우리가 만든 광고를 보는 시청자도 사람이다. 대행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진짜 고객인 클라이언트도 사람이고, 또한 팀장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팀 구성원도 사람이다. 이렇게 기획자의 일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간혹 우리는 일 할 때 눈에 뵈는 현상과 단편적 팩트만 보고, 그 속에 있는 사람을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2030 여성, MZ세대, 주부, 금융서비스 관심자, App 설치 후 30일이 지난 휴면고객, 5년 차 대리, 신입사원, 어느 브랜드 어느 부서 담당자, 틱톡 이용자, 인스타그램 헤비 유저' 같이 사람 앞에 현상을 기반으로 한 프레임을 한 꺼풀 씌우고 지레짐작하여 고민에 빠진다.


문제는 이 지레짐작에서 생긴다. '2030 여성은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신입사원은 회식과 야근을 싫어한다.' '금융서비스 관심자는 비용에 민감하여 혜택을 중시한다.' '틱톡 이용자는 짧은 영상만 좋아한다' 같은 것들 말이다.


책에 나온 '평균은 보통을 대신할 수 없다, 보통은 없다는 말'처럼. 30분 남짓의 긴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과 1분 미만의 숏폼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을 모두 잡기 위해 15분짜리 영상을 만든다거나, 광고를 잘 안 보니까 광고성 메시지를 하나도 넣지 않는 광고를 만드는 행동을 하면 캠페인 결과가 썩 좋지는 않더라.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에서는 꽤 많은 것의 수치화가 가능하고, 통계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오류를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귀찮음을 이겨내고 숫자 너머의 소비자와 1시간 정도 진솔한 대화를 나누거나, 팀원과 1:1로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잡담이 절실한 시기인 것 같다. 


인공지능, AI 시대에 할 말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결국 사람이 다 하는 일이다.'라는 말이 좋다.


마케터에게는 세상 모두가 교과서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있다니 낭만적이다.





19p: 기술은 그때그때 부지런히 익혀야 하지만, 이런 기술에 정신을 빼앗겨 본질을 까먹으면 안 됩니다. 마케팅의 본질은 소비자에 있습니다.


46p: 다행히 마케터에겐 세상 모두가 교과서이고 만나는 모두가 선생님입니다. 사소한 프로젝트를 남다르게 해내는 것도, 조금 힘에 부치는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것도 모두 자신을 성장하게 합니다.


90p: '평균'으로 '보통'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달라요. 평균은 낼 수 있지만 보통이란 건 없습니다.


178p: 어제 정한 것은 오늘 바꾸자, 내일은 더 많이 바뀔 테니까. 소비자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고 우리 스스로도 변하는데, 마케팅 계획만 변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뒤처진다.


203p: 서로 좋아하는 것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팀 구성원들끼리 서로 좋아하면 그 호감이 촘촘한 시스템이 되기도 합니다.




트레바리 클럽장이 되었다. 그 모임의 첫 번째 책으로 마케터의 일을 선택했다. 당시에 너무 공감하며 읽었던 책인데 좋았던 인상만 기억에 있을 뿐 내용은 기억에 잘 없었다. 그래서 모임 전에 책을 다시 읽었다. 


좋은 책을 기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일까. 이번에는 책 전체에 공감하기보다 오히려 문장 한 줄 한 줄을 몰입해서 뜯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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