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피스 365

부하와 하인을 구분하세요.

업무지시 중 상대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

by 춘춘

악명 높은 상사가 업무 지시하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짧은 시간에 상대방이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질문을 과하게 섞어서 하는 것이다.

"지난번 설문조사 결과 파일 등록했어? 몇 개 등록했어? 다섯~개? 다섯 개가 맞아? 뭐 빼먹었는지 모르겠어? 지난주에 올라온 파일 중에 있어. 뭔거 같아?"

이 질문에 답 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답을 못하기를 바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질문을 퍼붓고 있는 상사를 보면서 저렇게 말고 이렇게 말하는게 좋겠다는 모범 답안을 작성해 본다.

"지난번 설문조사 결과 파일이 하나 누락되어 있어. 지난주에 올린 파일 중에 A 파일이 누락됐네. 확인해서 올리고, 다음부터 신경 써서 보자."


다음으로, 부하직원의 무능함을 알려줄 때 자신의 유능함과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내가 조사하라고 한 거 결과가 이거야? 찾아보니까 이거밖에 없어?"

"네, 자료가 그거밖에 없습니다."

"그래? 없다고? 내가 한번 찾아볼까?"

부하 직원을 자기 자리 뒤에 세워두고 자신의 모니터를 보고 있게 한다.

".... 여기 있는데? 나 지금 3분 찾았는데 나오네. 김대리 3시간 찾아도 안 나오던 거."

이런 경우 상사는 십중팔구 부하직원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검색 정보를 몰라서 못할 것임을 예견하고 있었을 확률도 있다.


"아, 그거 이 사이트에서 찾아봐야 돼. 검색어는 이걸 쓰고."

요 정도의 조언을 주면 어떨까.

그런데 정말 성의가 부족한 직원이라 경고가 필요하다면

"조사 스킬을 늘릴 필요가 있겠어. 조금 더 성의 있게 찾아보고." 이 정도?



부하 : 직책상 자기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
하인 : 남의 집에 매여 일을 하는 사람. 사내종과 계집종을 통틀어 이르는 말
<출처:네이버 국어사전>


저 사람은 부하가 아니라 하인을 데리고 일한다고 생각하나 본데,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꼭 자신의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것 까지 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사용하는 도구나 소유물을 다루듯 한다던가 또는 난폭한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듯 할 때 그런 생각이 든다.

과거에 그런 상사를 겪었던 내 경험도 떠오르며 깊숙이 숨어있던 묵은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나는 고고한 척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지만 내 부하직원도 내가 몰랐던 어떤 순간에 나에게서 그런 굴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대체 생각을 하고 일을 하는 걸까, 속 터져했던 순간의 내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나이가 들수록 후배 동료가 선배보다 많아진다.

날카로운 조언, 단호한 경고가 필요한 때도 늘어간다.

필요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를 효과적으로 할 줄 아는 것도 역량일 텐데 쉽지 않다.


좋은 소리만 하는 상사는 무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그가 근하는 길에 굴욕감으로 확 때려치우고 싶어지는 비애의 원인이 내가 되지는 않도록 노력은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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