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피스 365

회사에서는 마음 상하기 없기

감정이 상하는 순간 상대를 설득할 동력이 분산된다.

by 춘춘

정대리 : 팀장님, 마케팅 팀에서 지난번 조사 결과 쓰겠다고 보내달라는데요?

최팀장 : 뭐? 마케팅 팀장은 어제 팀장회의에서 그거 왜 하냐고 하던데 뭘 보내긴 보내래.

정대리 : 어... 근데 달래요. 보낼까요?

최팀장 : 참, 나.... 보내줘!


대화가 끝나고 분통이 터진 정대리가 김과장에게 와서 하소연을 한다.


정대리 : 과장님, 들었죠? 팀장님 왜 저래요? 왜 나한테 저래요?

김과장 : 응? 정대리한테 그러는 게 아니고 그냥 보내주라는 말이지. 마케팅 팀한테 짜증 났나 보지.

정대리 : 아니~ 근데 왜 나한테 그러냐고요. 아 정말 마음 상해요.


김과장이 보기에도 최팀장은 말본새가 참 없다.

정대리도 아군이니 '그 사람들 왜 그런데? 왜하냘땐 언제고 말이야.'라고 동조를 구하며 마케팅 팀의 험담을 조금 하면 될 것을, 엉뚱한 사람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니 상대방은 왜 나한테 화풀이인가 싶어 괜히 부아가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단 저 버럭대는 주파수가 사람의 짜증선을 건드리기는 한다.


그런데 최팀장은 그 자체가 그런 사람이다.

그것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생겨먹길 그렇게 생겨 먹은 것이고, 50년간 그렇게 살아온 팀장의 말투와 태도를 절대로 뜯어고칠 수는 없다. 도덕적인 결함이 있거나, 사내정치에 의한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최팀장은 저 자리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물 것이고, 정대리는 그 아래에서 변함없이 저 짜증 나는 주파수에 접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는 하지만 마음이 상할 일은 아니다.

회사에서 절대로 마음을 상하게 두지는 말자.

차라리 열이 받으면 받았지 회사에서 일 때문에 상처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일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질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다.


감정을 빼고 들어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상대방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불쾌한 표현이 나를 타겟으로 하는 것인지, 맘에 안 드는 상황을 타겟으로 하는 것인지.

특별히 사이가 좋지 않거나 내가 분명하게 잘 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나만을 타겟으로 분노를 퍼붓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혹시 나를 비난하는 것 일지라도 인간적인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일이 부족하거나 기준에 맞지 않아서 그것이 고쳐지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일과 나를 동일시하면 모든 지적사항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마음이 상할 수 있다.

일을 지적당했다면 일을 고치거나,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당연히 내가 뼈 빠지게 해 놓은 일을 잠깐 들여다보고 비판한다던가, 감 놔라, 대추 놔라 한다면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정이 상하는 순간 상대를 설득할 동력이 분산된다.

어떤 포인트에서 못마땅한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 부분을 냉정하게 토론해야 한다.


가끔 상대가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트집을 잡아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황에 처하면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를 떠올려 보자.

감정을 관할하는 신체 조직이 결여되어 있다면 나는 이 순간 상대방의 비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의외로 감정이 배제되면 심플하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많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여다보면 상대방의 비논리가 보인다. 이때 감정적으로 격하게 대응하면 상대방이 설득되었다고 할 지라도 자존심 때문에 내 논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말 감정선이 사라진 것처럼 차갑게 따지고 들면 그조차도 역효과가 난다.

내 감정은 지운 채로 상대의 감정만 들여다볼 수 있다면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다시 정대리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마케팅 팀장은 팀장들이 있는 자리에서 우리 팀 업무가 하찮다는 듯, 별 필요 없는 일을 왜 하냐고 빈정거렸다. 그래 놓고 그쪽 팀원들은 우리 팀원들에게 뻔질나게 자료를 요구한다.

팀장 입장에서 당연히 화가 날 일이다. 그것을 성숙하게 풀지 못하고 자기 부하 직원에게 화를 낸 것은 팀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팀장을 갈아치울 수 없는 우리는 울컥 치미는 짜증을 가라앉히고 팀장의 감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니까요. 자주 자료 달라고 하는 걸 보면 필요한 게 분명한데 왜 그렇게 말하는 걸까요?"

요정도 맞장구를 쳐본다.

팀장도 같이 마케팅팀 험담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최소한 자기감정이 이해됐다는 생각에 나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고, 미성숙한 팀장 뒤치다꺼리하려고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회사 업무의 제1 목적은 하는 일이 잘 성사되는 것이니 이를 위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을 관찰하고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도록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눈치를 보고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훈련이 마냥 짜증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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