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피스 365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우리회사 임원들과의 차이는?

진상 상사일 것이 뻔하지만 분명 배울 점은 있다 _ 노희영에 대하여

by 춘춘

노희영과 우리 회사 임원들의 차이점은 뭘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 사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 사람 밑에서 일하면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본인도 자신과 함께 일한 사람들이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하는 걸 보면 욕도 많이 먹었을 것이라고 본다. 어쩌면 우리 회사에서 진상으로 통하는 많은 상사들이 이런 추진력으로 아랫사람을 볶아치기 때문에 그렇게 욕을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 회사에서 욕을 먹고 있는 임원들도 이렇게 저돌적으로 일하고 고집부리고, 열정적인데 그들은 대단하다는 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씁쓸하지만 능력 차이이다. 어쨌든 바른 의사결정을 해주고, 도전에 임할 때 본인의 안위를 조금만 덜 걱정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제안을 한다면 도덕성에 물의가 없는 한, 무능한 진상 상사가 아닌, 진상이지만 따르고 싶은 상사 쪽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 노희영이라는 사람을 처음 봤을 때는 요리사인 줄 알았다. 눈빛도 무섭고, 못하면 자꾸 뭐라고 하고, 날카로운 지적이다 싶으면서도 방송 컨셉이려니 했다.


다시 본 것은 연예인이 인스타그램에서였다. 노희영 대표의 식당을 방문하고 올린 후기들을 보며 아, 요즘은 식당을 하는구나, 했다.


그리고 최근에 유튜브를 보고 이 사람이 정확히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알고 있던 많은 브랜드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특히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이나 전략을 세우는 근거 사례를 설명해 줄 때에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서점에서 이 책을 보자마자 샀다.


비호감의 이미지가 좀 있어서 호불호가 나뉘는 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책 이곳저곳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이라는 말도 내비친다.


다 읽고 난 감상을 말하자면,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단한 사람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친근한 상품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었고, 유려한 글솜씨는 아니지만 사례 중심으로 풀어놓은 설명이 술술 읽혔다.

유튜브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많이 겹치기는 하는데 책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마켓오, 비비고, 올리브 영, 백설, 계절밥상, CGV, 세상의 모든 아침, 사대부집 곳간, 삼거리 푸줏간, 심지어 '광해'와 '명량' 같은 영화 브랜딩까지.


물론 이것들을 그가 다 만든 것은 아니지만 브랜딩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상품의 가치를 현저히 올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한 번씩은 경험해보았던 상품들에 대한 뒷이야기는 꽤 흥미가 있었고 배울 점도 많았다.

(이중 '세상의 모든 아침' 은 가보지 못했고, 식당 안을 슬쩍 지나쳐 보기만 했었는데 나중에 꼭 가볼 생각이다.)


그의 생각 중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발명'보다는 '발견'에 대한 설명이었다.


지금의 제품 개발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을 찾는 것이다. 소비자가 안 먹어본 것을 창조하는 일은 일종의 발명이다. 먹는 상품에서 발명품은 통하지 않는다.
(중략)
소비자는 '창조'를 원하지 않는다. 셰프들이 새로운 맛, 생소한 맛을 개발해오면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당신 같으면 이걸 일주일에 몇 번이나 먹을 것 같아요?

본인도 본인 가족도 자주 먹을 것 같은 음식을 개발해야 그것이 신메뉴인 것이다. 무턱대고 새로운 것이 신메뉴, 신제품일 것이란 망상을 버려야 한다.

<페이지 36~37>



이 내용은 꼭 식품 개발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면에서 유용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개발자들은 '국내 최초' '세계 최초'에 집착한다. 특허를 내거나 신기술을 적용할 때에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은 참신하고 기발한 것보다 편리함을 우선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한 것을 따라 해서 2위 자리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포착하여 기호를 극대화하는 것이 인기 있고 가치 있는 제품 개발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노희영의 마켓오 브라우니는 인기 있는 음식에 대한 개념을 재점검하면서 아이디어를 탄생시켰고, 비비고 만두는 경쟁자 고향만두가 아닌 직접 만들어 파는 수제만두를 목표로 했다는 얘기도 발상의 전환을 느끼게 해 주는 사례였다.


이외에도 올리브 영을 활성화한 것, 백설을 부활시킨 것, 광해 나 명량과 같은 대작 영화를 브랜딩 하여 주목받게 한 것 등에 대한 철학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이 사람이 꽤 탄탄한 배경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의 성공이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유튜브에서 소개했던 집요한 아이디어 구상 방식이라던가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 넷플릭스 인기물을 빠른 속도로 모두 본다는 일화 등은 이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자신을 갈고닦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참 당연하지만 명석함, 치밀함, 노력과 애정을 버무려 열정으로 유지하는 것이 그의 성공 비결일 것이다.




가끔 회사에서 맡은 일이 버겁거나 실패가 예상될 때 주로 포기하는 편이다. 내가 이거 안 해도 월급 받는데 뭘 이렇게 머리를 싸매나, 안 하면 중간이라도 가는데 괜히 오버해서 시도했다가 망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조용히 숨만 쉬고 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실패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 기왕에 하는 일 화끈하게 해 보고 망해도 망해 보자는 배짱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들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속한 회사의 보스를 존경한다는, 그렇지 못하다면 하루도 그 회사를 다닐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나도 존경까지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경영진들 욕은 좀 덜 해야겠다는 건설적인 반성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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