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피스 365

다정한 감시

회사가 나를 보고 있다.

by 춘춘

출근 후 자리에 앉자마자 노트북의 파워 버튼을 누른다.

부팅이 되고 나면 화면 보호기가 열리고 암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비밀번호 창에 내 암호를 누르면 메인 화면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동일한 패턴으로 컴퓨터를 켰는데 화면보호기 창 위에 커다랗게 내 이름이 떴다. 포인트 54 정도는 될만한 사이즈로 이름, 직책이 큼지막하게 찍혔다.

“김OO, X급 연구원님, 환영합니다.”


마치 멍하니 앉아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큰 소리를 부른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회사에서 보안체계를 새로 정비하면서 화면 보호기를 켜는 순간부터 사용자가 링크되도록 시스템을 변경한 것이다.

그 전에도 회사 메신저와 포털 사이트가 일원화되어있었지만 기존에는 보안시스템에 로그인해야만 내 정보가 감지되던 것이 이제는 컴퓨터를 켜기만 해도 바로 연동이 되도록 바었다.


어차피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은 파일 저장부터 프린터 인쇄까지 모두 중앙 시스템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컴퓨터를 켜는 순간부터 내 이름이 불려지는 것은 대놓고 보고 있다는 메시지다.

회사 메신저는 당연히 사찰하지 않겠냐는 직원들간의 농담은 우스개 소리가 아닐 것이다.


거대한 조직이 이름을 불러주며 다가와 다정한 감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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