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춘춘매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춘 Apr 20. 2021

나의 미숙함을 들여다볼 '비위'가 필요하다.@이연

'이연'작가의 세바시를 듣다가.

최근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잘할 자신도, 잘하고 있다는 확신도 없어서 의기소침했다.

내가 해놓은 일들이 더없이 초라해 보이고 주눅이 든다.

절망도, 희망도 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존경스럽고 내 에너지는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이 의기소침이 심해져 오늘은 기운을 차릴 이유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마음은 불안한데 몸은 꼼짝하기 싫었다.

동력을 잃어버리면 우울로 빠진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싫고 계속 잠이 온다. 

저녁에 짬이 났지만 하염없이 늘어져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세바시를 보게 되었다.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가.


"겁내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법 @이연 LEEYEON"


지금 지레 겁을 먹고 널브러져 있는 나에게 날아온 편지처럼 눈앞에 도착한 영상.


좋은 얘기들 사이에 마음속으로 쏙 들어오는 한마디를 해준다.

"미숙함 때문에 용기가 안 나면 어떻게 해야 해요?"

"나의 미숙함, 나의 누추함을 바라볼 '비위'가 있어야 돼요. 견딜 수 있어야 해요.

냉장고 속의 오래된 음식, 지출 내역을 보는 것은 두렵지만 그걸 마주해야 뭔가를 할 수 있어요. 들여다보는 것이 힘들지만 그걸 바라봐야 거기서 뭘 배우는 지점이 있어요."

"나의 못남과 미숙함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죠."


이분은 이런 생각을 어쩜 이렇게 콕 집어 술술 풀어내는 것일까.

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구나.

벌떡 일어나서 노트에 적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고, 미숙한 시기가 있는게 당연한데 말이다.

당연히 겪어 내야 하는 과정을 건너 뛰려는 욕심을 내고 있었다.

미숙하고 초라한 시간은 건너뛰고 멋지고 능숙한 순간만 챙기고 싶은 욕심.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너와 비교해라."

늘 아이에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자식에게는 충고를 하며 정작 나한테는 이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까짓 거 고만큼씩 나아지면 뭐하니, 저만치 가 있는 사람 봐라. 넌 너무 초라하다. 그만둬라. "


의기소침한 내가 아니라 교만한 나였다.

어제의 나보다 열심히 나아지고 있는 나를 격려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뉴욕에 가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