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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May 20. 2021

어쨌든 시작하고, 어쨌든 끝내기

완벽하려고 할수록 아무것도 못하겠다.

꼼꼼한 성격도 아니면서 뭔가를 시작할 때 완벽하게 준비하려는 습관이 있다.

처음부터 끝이 보여야 안심이 되는 성격 탓에 시작조차 두려워하는 경향도 있다.


직장에서야 납기가 정해져 있으니 대충 하더라도 일을 끝낼 수밖에 없는데, 스스로 하려고 하는 일들은 쉽사리 시작을 하지 못한다.

혹은 거창하게 벌여놓고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해서 손 놓고 있는다거나.


그렇게 벌여놓은 크고 작은 일들이 미완성인 채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먹은 것을 가볍게 시작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마무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먼저 가장 하기 싫은 운동부터.

몇주 전 유튜브에서 다리 근육을 기를 수 있는 쉬운 운동을 소개받았다. 매일 뒤꿈치를 들어주면 근육이 강화되어 심장에도 좋다고 했다.

쉽고 효과도 좋으니 이걸 꾸준히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영상만 2회를 반복해서 보았다. (보면서 하면 될 것을)

그날 유튜브를 보면서 언제, 어디서, 얼마만큼, 어떤 주기로 할지 세팅을 해야겠다는 거창한 마음만 먹고 단 한 번도 운동은 해보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침에 양치질을 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를 닦으며 즉시 10회를 해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최근, 배워보고 싶어 소액으로 온라인 수업 결제를 해놓은 것이 있다.

매일 수업을 듣고 간단한 과제를 올리면 되는데 이 또한 마음의 준비가 끝나지 않아 한 강의도 듣지 못한 상태이다.

뭔가 수업을 들으며 필기를 하고, 완벽하게 이해한 후 과제를 올려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워서 시작도 못하겠다.

어차피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인터넷 강의인데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이 글을 쓰고 나서 소파에 누워서라도  제1강을 들어야겠다.

무슨 수행평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과제를 대충 하면 어떻다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머리말만 써놓고 이어가지 못한 채로 저장고에 쌓여있는 글짓기 재료들, 제목에 끌려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 유튜브에 폴더를 수십 개 만들어 저장만 열심히 해놓은 부위별 운동 영상들. 밑반찬 만들기에 도전해 보겠다고 사놓고 얼려놓은 식재료들.


그래도 뭔가를 하려고 쉬지 않고 시도하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거야. (나 누구랑 얘기하니)


'어쨌든 시작하고, 어쨌든 끝내기'를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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