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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춘 May 28. 2021

뮤지컬을 보겠다.

부지런해야 즐거움을 찾지

얼마 전에 '코로나만 아니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코로나로 많은 일에 제약이 있는 것에 한탄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안 하던 일들이 태반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아니어도 게을러서, 돈이 아까워서 못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코로나 핑계를 대지 말자고 다짐했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변명하지 말고 부지런히 즐거운 일을 찾아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역시 기회가 오면 게으름과 핑곗거리를 만들어 내기 마련인가 보다.

지난주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뮤지컬 시카고 영상을 보게 되었다.

몇 년 전에 회사에서 단체로 본 적이 있었는데 가장 뒷자리에서 본 탓에 배우들 얼굴은커녕 실루엣만 가물가물했던 기억이 난다. 출연진도 바뀌었고, 이번엔 가까이에서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 '가끔은 뮤지컬 같은 것도 보겠다.'라고 생각했었잖아?"

마스크를 쓰고 띄엄띄엄 앉아서 보긴 하지만 그래도 공연을 볼 수 있을 때 한번 보기로 했다.  


"우리 맘먹고 오랜만에 보는 거 앞자리에서 보자."

"그래, 그러자! 예매할게! 부릉부릉!"

호기롭게 예매하겠다고 외친 지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귀찮아서 미루고, 자리 선택이 고민돼서 조금 있다가 하려고 덮어두기를 반복하다 보니 생각했던 날짜들이 점점 매진되기 시작한다.

아, 진짜 오늘은 예매해야지 하고 들어가서 VIP 자리 두장을 누르려는데 갑자기 너무 비싸다. 가격은 매일 똑같았는데 오늘따라 비싸 보인다.

엄청난 절약을 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결국을 쓸 것 다 쓰면서 꼭 뭐 하나 사려면 이렇게 시간낭비까지 하고 있다.


그러보니 게을러서, 쓸데없이 오래 생각해서 놓치는 것들이 수두룩 하다.


신혼 때 남편과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여행 가기 일주일 전까지 숙소 예약을 미루다가 막상 예약하려고 보니 숙소가 없었던 적도 있다. 그 많은 숙소가 다 찰리가 없고 예약시스템의 문제려니 하고 문의해보니 일 년에 한 번 있는 그 도시의 페스티벌 기간이었다고 했다. 결국 간신히 예약을 해서 여행을 하긴 했는데 예산보다 두배 가량 비싼 숙소에서 묵을 수밖에 없었던 어처구니없던 일이었다.


최근에는 아이가 자전거를 배워서 매주 주말에 공터에 같이 나가 자전거 연습을 하기로 했었다.

두 달 동안 두 번 나갔나? 햇살 좋은 날은 창문만 열어놔도 기분이 좋아서 안 나가고, 비가 오는 날은 비 때문에 못 나가고.

자주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듯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습관이 된다. 늘 나가 놀던 아이들까지도 집에만 있다 보니, 밖에 나가자고 하면 뒹굴거리며 한 발자국 떼기를 힘들어한다.


이번 주말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자전거도 타러 가고, 오늘은 저녁에 꼭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비싸지만 좋은 자리에 뮤지컬도 예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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