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복지, 그리고 지금
1979년, 이라크 움카슬에서 팔루자 가는 길
2022년 박기사님 자택
[일과 휴식]
일의 종류에 따라 근로 환경 복지와 편의의 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
모든 것이 발전한 만큼 과거에 비해 근로환경은 나아졌고, 건의와 개선도 쉬워졌어요.
그러나 가끔, 일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건물 청소 아주머니들은 용역업체 소속입니다.
아침 8시 사무실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으로 시작하여 오후 3시까지 건물 안 곳곳을 청소해 주십니다. 각 층마다 담당하시는 분이 있어서 동료직원들만큼이나 자주 보고 인사를 나누죠.
우리 건물 청소 아주머니들은 휴식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내십니다.
어느 날, 몇 분이 화장실 거울 앞 선반 위에 참외를 깎아놓고 드시고 계셨습니다.
"우리 간식 먹으려고~"
화장실에 들어선 직원들을 보며 겸연쩍으셨는지 웃으며 묻지도 않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네~ 그런데 여기서 드시면 불편하시겠어요. 쉬실만한 장소가 없으신가 봐요."
"지하에 휴게실이 있긴 한데 너무 멀어. 그냥 잠깐 얘기하는 거야."
"위층에도 공간이 좀 있으면 좋겠네요."
그즈음에서 본부장이 여직원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불편한 사항을 모아 개선해 주겠다는 취지였어요. 작년과 다를 바 없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개선될 리 없는 의견들을 내놓았습니다.
"청소 아주머니들이 간단히 커피 드시고 앉아계실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화장실에서 간식을 드시곤 하십니다. 워낙 아주머니들이 깔끔하게 청소하셔서 냄새도 나지 않고 깨끗하지만 화장실은 화장실이니까요. 공간이 부족하면 직원들 휴게공간에서 잠깐 쉬시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 그래 박차장, 알았어. 고려해 보도록 할게"
수유실을 만들어 달라던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달라는 등 본부장을 불편하게 하는 다른 요구에 비해 가벼운 의견이 반가웠나 봅니다.
본부장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의미 없는 제안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계단 옆 공간들이 많이 있으니 테이블을 추가로 놓아주는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 후 아주머니들은 화장실에서 간식을 드시지 않았습니다. 가끔 화장실에서 모여 담소를 나누시던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죠. 아주머니들을 위한 휴게공간은 신설되지 않았고, 직원 휴게실에서 쉬시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요즘은 어디서 쉬세요? 말씀 나누시는 거 한동안 못 뵀는데."
"화장실에 모여있으면 불편해들 하시니까, 그냥 여기저기서 잠깐씩 쉬지."
괜한 짓을 했나 봅니다.
아주머니들은 어디에서 쉬고 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