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열세 살 어렸던 부모님에게
1980년, 이라크를 떠나며
며칠 전 태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발생 이후 첫 출장이었어요.
3년 만에 가 본 공항은 많이 달라져있었습니다.
키오스크에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나면 수하물 위탁을 자동으로 하게 되어있는 라인에 줄을 섭니다. 셀프 드롭 백이라고 하는 자동 수하물 위탁 기기에 가방을 올리면 짐 무게가 표시되고 가방에 붙일 수 있는 기다란 스티커가 출력되고요. 스티커를 떼어서 여행가방 손잡이에 붙이고 문을 닫으면 끝입니다.
기계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도와주는 분들이 한두 분 계시긴 했지만 예전처럼 지상 근무 항공사 직원을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항공사 앱을 이용하면 좋은 자리도 미리 잡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컴퓨터로 할 수 있던 것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단번에 되더라고요.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외국 여행이 수월해졌습니다. 이번에도 태국에서 스마트폰만 켜면 내 집 앞처럼 훤히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유튜브며 블로그며 쌍방향으로 생성해 놓은 엄청난 정보 덕에 어느 골목에 현금 출납기가 있는지, 어느 슈퍼에서 콩알 치약을 조금 더 싸게 파는지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하면 언제 적 소리를 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오래전 세상이 바로 우리 부모의 젊은 날들입니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이렇게 큰 변화를 격은 세대가 또 있었을까요?
혼란스러웠던 아빠의 귀국얘기를 들으며 한편으로는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출장 갔다가 1년 만에 돌아오는 남편이 입국장에 보이지 않을 때, 두 번이나 공항에 헛걸음을 하면서 젊은 아내는 얼마나 불안했을까요?
공항에서 애태우고 있던, 나보다 열세 살 어린 엄마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주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 잘 도착할 거야. 이틀 후면 볼 수 있어. 안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