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보장하는 복지, 그 이상에 대하여.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
2022년 서울, 박 차장 집에서
40년 전에 비한다면야 근로자 복지는 말할 수 없이 발전했고, 복지의 효율성을 이해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그러나 근로 환경과 복지에 대한 개념은 경제의 발전 정도에 비해 저만치 뒤처져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경제가 기울고,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가장 먼저 삭감되는 예산은 복리후생비, 판공비, 인건비입니다.
더구나 근로자의 피로 해소, 친목 도모, 팀워크 강화와 같이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 부분은 경영진들의 투자리스트 제일 끝을 차지할 수밖에 없죠.
우리 회사는 팀워크와 활발한 사내 분위기 유지를 중요시하는 곳이었습니다. 다양한 교육이 많았고, 시무식, 종무식, 창립 기념식 등 행사가 있으면 전 직원이 잔치 분위기가 되는 곳이었어요.
회사 경영진이 바뀌면서 이런 분위기는 차디차게 식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사내에서 진행되는 인문학 교육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다양한 외부 인사들의 강연을 들으며 역량 개발을 꾀했던 활동이었는데 온라인 교육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사라졌습니다.
다음 타깃은 동호회였습니다.
다른 팀과의 교류를 통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키는 목적으로 장려되었던 활동이었는데요. 회사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동호회 활동을 지속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활동 내역 증빙을 보다 철저히 감시하면서 동호회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동호회 숫자를 줄여갔습니다.
때마침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우리 회사에서 동호회라는 제도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직원 휴게실 폐지, 수유 중인 직원들을 위한 수유실 축소, 탕비 물품을 구입 예산 삭감 등이 보일 듯 말 듯 단계별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월급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 인원 감축을 하지 않았고, 일하는 것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어요.
그러나 한 달에 몇만 원 되지 않지만 소소하게 받던 지원과 친목 활동이 사라지면서 회사가 주는 복지의 색깔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월급 받으면 되는 것이지 그런 것들이 뭐가 필요하냐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나날이 개인주의적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동호회라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하고요. 높으신 분들은 휴게실을 내어주면 근무시간을 축낸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강당 한쪽에 세워져 있던 농구골대가 사라지고, 몸이 좋지 않은 직원들이 잠시 쉴 수 있었던 남녀가 분리된 휴게실이 회의실로 탈바꿈하면서 직원들은 묘하게 회사라는 테두리가 얇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즘 세상에 '애사심'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할 만큼 회사와의 유대감이 흐려지긴 했는데요.
딱 배분된 일을 끝내고 나서 공동의 업무를 진행하는 것, 자신의 재량으로 업무의 범위를 늘리는 것은 월급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업무 분장을 합리적으로 해도 회사와 동료에 대한 애정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경계의 일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거든요.
"김대리, 재무팀 오과장 알아"
"어, 우리 야구 동호회야."
이렇게 시작되던 침목 관계가 사라져 버린 것이,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기회가 없어지는 아쉬움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동호회가 없어진지 몇 년이 지나서야 어렴풋이 들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