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막다른 골목의 트레일러

내가 모르는 세상이 더 넓다.

by 춘춘

올봄에 부모님을 모시고 춘천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올라오면서 콘테이터를 실은 트레일러가 창 밖으로 보였어요. 문득 대형 차량도 후진이 가능한지 궁금했니다.


사진 출처 : Unsplash의 Ivan Bandura



박기사님 인터뷰

2022년 봄, 강원도에서 올라오는 길, 차 안에서


박차장 : 아빠, 트레일러 후진돼?

박기사 : 트레일러니까 턴테이블이 있어가지고 아무리 기역자라도 꺾여. 그런데 도저히 꺾어지기 힘든 길에 들어서 버려서 못 나오게 되면 지게차를 불러야 돼. 지게차가 콘테이너 부분을 조금 들어서 자리를 잡아주면 꺾어가지고 나와야지.

박차장 : 그럼 도저히 돌릴 공간이 없으면 어떡해?

박기사 : 그러면 이제 궁여지책으로 밭 같은데가 주변에 있으면 주인한테 부탁해가지고 지게차 밭으로 들어가서 돌려놓고 그래야지. 그런데가 예전에는 많았어.


박차장 : 럼 좁은 골목 같은 서 유턴 안되면 어떡해?

박기사 : 지금도 좁은 데는 잘못 들어가면은 아주 고약 스러워. 그러니까 가다 물어보고 가다물어보고 막 계속 서 있는거지.

박차장 : 지금은 네비가 있으니까 좀 낫겠네. 잘 못들어가도 다시 찾아나오면 되잖아.

박기사 : 지금도 그 대형차 네비는 그걸 믿고 갈 수가 없어. 왜냐면, 굴다리 같은 게 있어가지고, 네비는 굴다리를 안 가르쳐주잖아. 콘테이너 높이가 4메다, 5메다 가까이 되는데 굴다리 딱 걸리면 골치 아프지.

박차장 : 그러면 진짜 차 못 돌리는 데가 있겠다 지금도.

박기사 : 음, 지금도 있어. 안되면 헬기가 떠야 된다 그런얘기도하고.

박차장 : 헬기로 들어나온 적도 있어?

박기사 : 그렇게까지 한적은 없어. 지게차가 있으 떻게든 나지.


사진 출처 : Unsplash의 grayom


이라크에서 후진하던 콘테이너

박기사 : 이라크였나, 리비아였나... 사우디는 아니고... 이라크였나보다. 어디 그 광장에 시장이 있어. 그러니깐 물어봐도 말도 안 통하지.

지도 들고 찾아가는데 차 돌릴데가 없어. 안으로 좀 더 들어가면 차를 돌릴 수가 있을 줄 알았어. 아 근데 사람은 많고 막 계속 들어가는데 차 돌릴 데가 없는 거야. 그래 가지고 그길을 후진으로 나왔어.

박차장 : 콘테이너 싣고 후진을 어떡해?

박기사 : 그때는 콘테이너가 아니고 장비실은 차였는데 후진으로 나왔지. 한, 3 킬로 가까이를 후진으로 나와요. 막 그런데 걸려서 오도가도 못하면 진짜 운다니까.

박차장 : 하하하하 울었어? 근데 레일러도 후진 돼?

박기사 : 그럼. 백밀러 보고 후진하지.

박차장 : 그래도 그게 일자로 쭉 나와? 콘테이너가 걸려 있으면 왔다갔다 하 않아?

박기사 : 우리같은 전문가들은 거의 일자로 나오지.

박차장 : 흐흐 . 안 그런 사람들은 흔들리고?

박기사 : 숙달이 안 사람은 요리 삐끗, 조리 삐끗 이런 식으로 나오지

박차장 : 하긴, 차니까 후진이 되겠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박기사 : 물건 싣고 내릴때는 그 뒤에 문을 열어야 되잖아. 문을 열고 상하차 하기 쉬운데다 차를 대야 되잖아. 삼성전자 같은데 들어가면은 이런 데가 열몇 개 되거든. 그러면 거기에 딱딱 맞춰서 대야 돼. 딱 내려서 지게차가 뒷문을 열고 맞춰서 지게차가 드나들게. 요령이 필요하지.




박차장의 생각들


예전에 친구가 이런 걸 물은 적이 있었니다.


"너 야구장에서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주고받고 하는 공이 떨어지면 누가 그걸 주워다 주는 줄 알아?"

"......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거 갖다 주는 사람 있다. 안타 치고 1루 가면 배트 던지고 가잖아. 그거 가져오는 사람도 따로 있다."


당연히 있겠지.

한 번도 궁금했던 적은 었습니다.

선수와 심판 이외에 누군가가 경기장에 들어가서 그 일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니 낯설었요.


세상에는 내 눈에 보이는 그림 말고 그 주변, 뒷면으로 내가 모르는 시스템이 엄청나게 많니다.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과학 학습지 업계만 해도 그랬습니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와 가정방문 선생님, 학부모와 학생이 전부라고 생각했었어요.


알고 보니 과학용 교구별로 각각 납품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고, 선생님들이 관리되는 사무실, 아파트 단지 같은 곳에서 영업하는 인력, 교재 제작자 및 감수 인력 등......

그 작은 업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었습니다. 그때도 그걸 알았을 때 세상 참 넓고 할 일이 많는 생각을 했어요.


아빠가 트레일러 기사였는데도 콘테이너 짐을 누군가가 나른다는 것, 그 짐을 지게차가 드나들면서 나를 수 있도록 장비가 꾸려져 있고, 그 위치를 맞추기 위해 세팅된 장소가 있다는 건 몰랐습니다.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니다.



사진 출처 Unsplash의 Niccolò Casagrande

내가 사는 세상은 내 시야 밖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살면서 알고 사는 것보다 영원히 모르고 사는 것들이 수천 수만 배 더 데 알면서도 모르고 삽니다.


가장 가까운 부모형제, 친구들이 사는 세계도 나의 세계와 다르네요. 우리 사이에는 주 작은 교집합이 존재할 뿐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 어디에나 즐거움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