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파업, 그 씁쓸함에 대하여

by 춘춘

작년 즈음, 잊어버릴만하면 뉴스를 장식하는 화물연대 파업이 나의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쳤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건 운송이 지연되어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나도 불평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성격이 다른 여러 조직이 연계되어 있고, 시기마다 때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화물연대 파업은 그 내용을 세세히 파악하려고 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언론의 성향에 따라 어떤 일은 극대화되기도 하고 어떤 일은 묻히기도 하기 때문에 공개된 자료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어습니다.

어찌 보면 모두의 입장이 다르므로 옳고 그름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문제겠죠.


단지 화물연대 파업이 유독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화물 트럭 운전을 평생 해 오신 아빠 때문기도 합니다.


아빠가 한창 일하시던 때 나는 어렸기 때문에 화물연대와 파업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뉴스에서 기름값이 너무 올라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머리에 띠를 두른 아저씨가 검게 그을린 굵은 팔뚝으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내던 장면만 기억날 뿐입니다.



2022년에 떠올리는 옛날 파업 이야기


박기사 : 옛날에 화물 연대 파업하면, 그 좁은 콘테이너 집합장에서 나갈 때, 막 화물연대 사람들이 와서 데모하고 난리지.

그래도 차 끌고 가면 막 계란 던지고 너 이 새끼 거기 가만히 안 있으면 죽인다 그러잖아. 그때 회사는 정부하고 붙어서 화물이 다 스톱돼도 기업 물건을 날랐거든.

그 부곡 거기 구조가 그 무슨 오리 사냥하는 데처럼 들어가는 입구만 막아버리면 그 수많은 콘테이너가 들락날락을 못해. 그 부곡 거기가.


박차장 : 아, 그 회사는 화물연대가 아니야?


박기사 : 화물연대 들어있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많았지.


박차장 : 그럼 안 들어 있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들어있는 사람들은 파업을 하고? 같은 회사 직원들인데?


박기사 : 그게 고정으로 하는 데는 그 사람들이 수출을 나가야 되는데 그걸 배를 못 태우면은 출항에서부터 다 막히잖아. 그래서 회사에서는 하라고 해대지. 화물연대에서는 그거 하지 마라 이러고 있고 우리는 차 끌고 나오지. 나오면 막 손가락질하고 죽일 놈 살릴 놈 하지. 그러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사복형사가 옆에 타고 간다니까.


박차장 : 아, 기사들 신병 보호 차원에서? 살벌하네.

근데 기업은 어떻게든 굴러가는구나. 국가가 지켜주는구나.


박기사: 굴러가지. 이 중간 그러니까 그것도 그 조그마한 공장 이런 데만 피해 막심한 거야. 대기업들은 다 굴러지.

일도 일이고 사들끼리는 사무실에서 엊그제까지 커피 마시고 키득대던 사람들이 쌩하니 눈도 안 마주치고... 아주 괴지.




2022년 어떤 회사의 파업 이야기


회사 내 일부 직종의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었니다.

기존 급여에 수당이 반영되기를 원했고, 휴식 및 복지에 대한 보상을 원했던 정당한 요구는 노조의 힘이 거세지면서 변질돼 갔죠.

처음엔 파업에 힘을 실어주었던 다른 본부 직원들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만큼 높아진 요구와 거칠어진 행동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파업하던 직원들 중에도 파가 갈렸요. 그래도 최소한 생활을 할 수 있게 일당을 받아가며 항의 하자는 온건파와 진을 치고 앉아서 끝장을 보자는 강경파가 대립했습니다.


극단적인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파업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노조의 방법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이 조직마저 없으면 십수 년간 동결돼 왔던 수당을 올려 받을 가능성조차 없기 때문이죠.


한 마음으로 파업하던 동료들 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노조와의 친분, 슬금슬금 들어서는 제2의 노조단체, 업계 전체의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협상을 방해하는 미묘한 집단들, 파업 조직과 다른 조직 간의 반목.

갈등은 눈에 보이지 않게 탄탄히 얽혀 점점 풀기 어려워졌습니다.


업무가 마비되기 시작하자 황은 예상치 않게 파업하는 조직과 파업하지 않는 조직 간의 소리 없는 싸움으로 번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라인드에 서로를 비난하는 인격 모독성 글이 수시로 올라왔습니다. 진흙탕 같은 덧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경영진은 실시간 블라인드를 정독하는 듯 파업하지 않는 부서의 감정을 건드리는 호소문을 시의적절하게 게시판에 올렸니다. 상 진행에 대한 공유는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잘 안된다는 대표이사의 일기 같은 공지만 반복해서 올라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협상은 성사되었고, 회사는 다시 정상 궤도에 돌입했습니다.

노조와 내부대표와 사측이 협상을 마쳤다지만 타 부서 직원들에게 협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때는 가족이라고 체육대회까지 같이했던 직원들끼리 익명하에 물어뜯었던 비릿한 블라인드 게시물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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