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9. 나의 첫 캬라멜 마끼아또

비싸고 맛있던 그것

by 춘춘

여전히 달달한 다방커피만 즐겨마시던 어느 여름날, 학교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참이었습니다.


뒤에서 누가 슬쩍 팔을 잡길래 돌아보니 같은 과 언니였어요.

손에는 빨대가 꽂혀있는 플라스틱 컵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언니가 인사를 했습니다.


"지금 올라가?"

"네, 언니. 학교 가세요?"

"아니, 볼일 있어서 지하철 탈 거야. 덥지? 이거 한입 먹어. 젓지 말고 빨아먹어봐"

언니가 내민 얼음 가득 든 커피 컵 주위에 송글송글 이슬이 맺혀있었습니다.


한입 쭉 빨아먹었더니 커피와 함께 말캉한 덩어리가 빨대를 타고 올라와 입으로 쏙 들어왔습니다.

우유맛이 나는 고소한 커피 사이로 씹히는 동그랗고 쫀득한 캬라멜 덩어리.

"와, 이거 뭐예요? 왜 이렇게 맛있어요?"

"맛있지? 캬라멜 마끼아또야."


그때까지 스타벅스는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습니다.

믹스커피만 해도 충분히 맛있었고, 무엇보다 스타벅스는 너무 비싸서 시도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곳이었거든요.


취업을 미루고 대학원에 진학한 것만으로도 집안의 돈을 축내고 있다는 생각에 용돈 한 푼을 아껴 쓰던 시절이었습니다. 스타벅스 한잔은 학생식당 밥 두 끼 값이었어요.


캬라멜 마끼아또 한입을 선물하고 사라진 언니의 뒷모습을 보며,

'와, 저거 정말 맛있다. 나중에 회사 다니면 꼭 사 먹어야지. 캬라멜 마끼아또, 캬라멜 마끼아또.'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되뇌었습니다.


그 후, 이십 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다방커피가 아니라 진한 아메리카노를 매일 먹는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달아서 이제는 카랴멜 마끼아또는 잘 먹지 않지만 여름에 달콤한 음료가 생각나면 아이스 캬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젓지 않고 빨대를 컵 바닥까지 깊숙이 꽂습니다.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빨대를 타고 올라와 입안으로 쏙 들어오는 달콤한 캬라멜 덩어리를 씹듯이 뭉개서 커피와 함께 삼킵니다.


젓지 않고 마시는 캬라멜 마끼아또 맛을 선물해 준 소은 언니, 잘 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