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을을 탑니다.
하늘이 맑아진 걸 보면 두근대기도 하고, 바람이 싸늘해지면 싱숭생숭하고요.
그런데 봄도 탑니다.
겨울 막바지 저녁 무렵에 어디서 훅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봄 냄새가 날 때가 있잖아요. 그럼 또 설레요.
지난주에 아들하고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제 말투가 감성적이었나 봐요.
"엄마, 중2병 같애."
이러더군요.
그래서 당당히 얘기해 줬습니다.
"엄마 가을 탄다. 지난 30년간 계속 가을을 타 왔으니까 가을에는 엄마한테 무리한 요구 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 좀 주고 그래 알았지?"
아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습니다.
"근데, 엄마는 봄도 타. 봄바람 불고 꽃피기 시작하면 엄마가 봄 타니까 그때도 무리한 요구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줘. 그리고 연말도 좀 타거든.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무리한 요구하지 말고."
"그게 뭐야, 그럼 여름밖에 안 남잖아."
"그래. 엄마가 여름은 안 타니까 여름은 너랑 아빠랑 나눠가져. 무리한 요구 안 할게."
이런 실없는 얘기를 했는데요.
아들과 웃으며 얘기한 건데 효과가 좀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있거나 하는 순간에 '엄마 가을 타나 봐?' 라며 내버려 둡니다.
농담이긴 했지만 아들에게 솔직한 내 감정을 얘기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2022년 10월 27일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