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ear 워킹맘

오늘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한 엄마에게

차라리 울지 말고 쌍욕을 해버리세요. 이 거지 같은 상황에게...

by 춘춘
너도 나도 힘든 시기다, 그러나 우리 잘 해내고 있다.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것을 너도 알게 될 것이고 너도 나처럼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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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커피를 마시려고 탕비실에 들어갔습니다. 정수기 앞에서 머그잔을 들고 물을 받으려던 후배 직원이 저를 바라봅니다. 인사하는 얼굴을 보니 눈이 퀭하네요. 묻지도 않았는데 한숨부터 쉽니다.

"피곤해 보여. 무슨 일 있어?"
"애 아파요. 자다가 계속 깨서 밤을 꼬박 새운 기분이에요. 열이 계속 올라요."
"아이고야. 어쩌냐. 휴가 좀 내지 그랬어?"
"오늘 상무님 보고 있잖아요. 어머니가 병원 데려가신다고 했으니까요 뭐......"

아픈 아기를 놓고 나온 엄마에게 위로의 말은 별 도움이 안 되죠. 그냥 옆에서 어쩌냐 만 반복하다가 어깨 한번 두드려주고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럴 때마다 예전 생각이 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잔병치레가 많죠. 그때마다 휴가를 쓰기도 쉽지 않고 제 후배처럼 피치 못할 사정이 겹치기도 하고요.



저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아기가 아픈데 아기를 봐주시는 엄마까지 편찮으신 날이었어요. 워킹맘들이 휴가를 내는 비율은 아기가 아픈 날 보다 아기 봐주시는 분이 아픈 날이 더 높을 거예요.
저희 엄마는 가끔 어지럼증이 있는 분인데요.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엄마의 어지럼증이 겹쳐버린 거죠. 몸도 추스르지 못하는데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종일 데리고 있을 엄마를 보고 있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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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전에 일 끝내고 조퇴하고 올게. 2시면 올 거야."
괜찮으니 갔다 오라며 손사래를 치는 엄마는 눈도 잘 못 뜨고 아기를 그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침대머리에 기대 앉아 있었습니다.

하필 그날은 남편도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출근하자마자 그날 마무리 해야 하는 일을 정신없이 마쳤습니다. 그날 저의 미션은 자료를 마무리하고 다른 동료 몇 명의 자료를 취합하여 외부에 발송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전 중으로 자료를 모아 보낸 후 집으로 갈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꼭 그런 날은 계획대로 안되죠.
동료가 사정이 있어 자료를 오전까지 마치지 못했습니다. 잠시만 잠시만 하며 시간을 끌더니 결국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자료를 넘겨주었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촉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 좀 가라앉았다. 안 와도 돼."
정말 괜찮아진 건지 그냥 하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화장실로 가서 청승을 떨며 울어버렸지요.

자료를 늦게 준 동료, 그날로 마감을 잡은 외부기관, 하필 오늘 휴가를 내지 못한 남편까지 세상 모두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고 두들겨 패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기분은 점점 가라앉고 내가 이렇게 회사를 다녀야 하는가 하는 생각까지 치달으며 그날하루는 침울하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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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기를 키우며 일하는 분들은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을 해보셨을 거예요. 더구나 코로나 시국에 들어서면서 일정이 꼬여서 아기 볼 사람이 없어 동동거리는 일은 더 많았을 겁니다.


그럴 때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합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안한 마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원망스러운 마음, 분노와 짜증, 슬픔이 휘몰아칩니다.

그런 감정이 가볍게 지나간다면 다행이지만 어떤 날은 쉽게 나아지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뭔가 내 바이오리듬과 상황이 절묘하게 안 좋은 쪽으로 맞아떨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날은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죠. 아픈 아기얼굴이 떠올라 누가 톡 건드려도 눈물 나려고 합니다.

그럴 때 슬픔보다는 분노를 선택하는 게 낫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 거지 같긴 하지만 서글픈 마음은 떨쳐버리세요. 차라리 울지 말고 쌍욕을 하는 게 나아요.

"아, 속상해. 우리 아이도 나도 불쌍해. 뭘 위해 일하는 걸까. 나 하나 그만 두면 다 편할 거 같아."
이것보다는

"이런 젠장 왜 일이 겹치고 XX이야. 이것만 끝나면 때려치우든지 해야지."
하는 게 나아요.


속으로 해서 잘 풀리지 않으면 글씨로 써보세요. 글씨로 지금 마음을 휘갈겨 쓰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많습니다. 생각을 글로 적어 놓은 걸 보면 뭐, 이렇게 살벌할 정도는 아닌데 싶으면서 상황을 한 발짝 떨어져 볼 수도 있니다.
우울감에 잠식되지 마세요.

개인적인 상황이 좋지 않은 날은 최대한 대면할 일을 줄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진상스러운 면모를 살포시 띄고 있는 사람들은 그날 철저히 피해봅니다. 거기다 대고 울화가 치밀어 한마디 쏘아붙이면 한참을 후회할 일이 생기니까요.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기분 괜찮은 날 만나는 걸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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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저도 그날 도움을 좀 청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내가 꼭 작성해야 하는 부분을 다 했으니 취합해서 보내는 것은 동료에게 부탁했어도 들어줬을 겁니다. 아이 핑계로 일을 미룬다는 말을 들을까봐 괜한 고집을 부린 면도 있었던 거 같아요.
또 흔쾌히 반차를 내겠다고 하지 않는 남편에게 왠지 치사한 기분이 들어 한번 더 물어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흔쾌하지 않으면 어때요, 본인도 아빠인데 회사에 좀 미안할 일을 할 수도 있지요.

잔병치레가 많은 시기에는 그 생활이 영원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착각도 하고요.
아이가 자라면 또 그 시기에 생겨나는 힘든 일들이 있지만요. 어린 아기 엄마일 때가 가장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런 힘들었던 시기를 아이에게 얘기해주기도 합니다. 열세 살 난 제 아들은 예전일에 대한 하소연을 하면 엄마 힘들었겠네라고 해주기도 요.

오늘 감기에 걸리고, 장염에 걸린 아기가 안쓰럽긴 하지만 많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도 나도 힘든 시기다, 그러나 우리 잘 해내고 있다.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것을 너도 알게 될 것이고 너도 나처럼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되뇌어 봅니다.




뉴스앱 <헤드라잇>에 동시 연재합니다.https://m.oheadline.com/articles/r_gVo52CYWr5NubHdttBvA==?uid=fjEdyhyxRsSw9audnSBYIp� #7 [Dear 워킹맘] 오늘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한 엄마에게 “너도 나도 힘든 시기다, 그러나 우리 잘 해내고 있다.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것을 너도 알게 될 것이고 너도 나처럼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루하m.ohead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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