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워킹맘] 시간에 이름을 붙이면 특별한 순간이 됩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들은 시간에 끌려 다니면서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거예요. 저는 그랬습니다. 바쁜데도 주체성 없이 무기력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주말 자유시간 갖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뉴스앱 <헤드라잇>에 동시 연재합니다.
출산 후 산부인과 진료를 혼자 보러 가던 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아기를 낳고 나서 그때까지 외출다운 외출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거나 가족과 짧은 외출을 하긴 했지만 저 혼자 나가는 건 그날이 출산 후 처음이었거든요. 진료를 마치고 젖이 불기 전에 바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옷을 챙겨 입고 혼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쾌했습니다.
그 후 복직을 하고 나니 시간 만들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평일은 평일대로, 주말은 주말대로 하루는 아기로 가득 차게 되었죠. 시간은 바쁘고도 단조롭게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가끔 거리에서 카페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출산 전에는 그다지 자주 갔던 것도 아니었으면서 못하는 상황에서는 뭐든 더 하고 싶잖아요.
지금 아기엄마인 동료들을 봐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출근, 귀가 후 집안일과 육아, 주말에는 못다 한 육아와 밀린 집안일.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죠.
그러다 보면 가장 절실한 것이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가끔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고, 남편이 아기를 보는 동안 친구를 만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들과는 별도로 나만 위해서 쓰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아빠는 보통 동동거리는 엄마보다 좀 느긋해 보이는 편이라 오해하기 쉬운데요. 아빠가 되고 나서 남편의 인생도 달라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포기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주말 자유시간 갖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주말 토요일 하루를 반으로 쪼개서 각자 반나절씩 자유시간을 갖는 거예요. 이 방법은 제가 다른 곳에서도 여러 번 소개한 방법인데요. 맞벌이 부부들에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주로 토요일 새벽에 제가 일찍 일어나서 집을 나갑니다. 저는 주로 카페에 가서 영어공부를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지긋지긋하던 영어공부가 출산하고 나니 그렇게 하고 싶더라고요. 사람은 참 반항의 동물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시간 전에 집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도착하면 바로 바통 터치를 하고 남편이 밖으로 나갑니다. 남편도 주로 카페에 있었는데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카페에 앉아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오후 시간을 밖에서 보낸 남편이 귀가하면 함께 저녁을 먹는 거죠.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저도 지친 날에는 멍하니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은 적도 있고요. 남편이나 저나 하고 싶은 것들을 뭐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사람을 만나지는 않았습니다. 혼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반나절을 보내는 것은 완전한 힐링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자유시간을 갖고 나면 일요일 하루는 합심해서 아기를 돌봅니다. 평일에도 잘 보지 못하는 아기를 토요일에도 반나절이나 못 본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행복하고 마음이 여유로우면 아이가 좀 보채도 성가신 마음이 줄어듭니다.
평일에 일을 하면서 힘들고 지칠 때도 주말 자유시간을 생각하면 배시시 웃음이 나면서 설렜어요.
이때 한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긴 합니다. 바로 남편이 혼자서 아기를 몇 시간 데리고 있어야 하는 건데요. 저도 아기를 능숙하게 돌보는 편이 아니었으면서도 남편에게 맡기는 것은 왜 그렇게 못 미더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남편도 저와 비슷하게 아기와 시간을 보내는데도 불구하고, 먹이는 것도 입히는 것도, 기저귀 갈아 끼우는 것도 남편은 뭔가 저보다 잘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이유로 초반에는 주말 자유시간을 갖는 것을 상당히 망설였었는데요. 남편이 자신 있다고 믿어보라고 하더라고요. 본인도 몇 시간 아기를 전담하고 몇 시간 자유시간을 갖고 싶다고요.
그런데 막상 아기를 맡겨보니 제가 참 오만했다 싶었습니다. 아기의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했던 저에 비해 남편은 참 심플하게 아기를 잘 돌보더라고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긴 해도 제가 안보는 동안 둘이 해결하려니 하는 거죠. 남편도 아빠로서 아기와 온전하게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육아에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아기에 대해 잘 알게 된 것도 뿌듯해했고요.
그렇게 아기가 유아시절을 보낼 때까지 저희는 자주 주말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이이가 많이 커서 집에서 다 같이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저희 부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지금부터 두 시간 동안 자유시간이다.’라고 선언하면 그 시간은 아이도 부모도 서로 방해하지 않습니다.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사람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시간에 제목을 붙이고, 규칙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아이가 완전한 사춘기가 아니지만 내년이면 그 무섭다는 중2가 됩니다. 그때는 저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겠죠. 그때 아이에게도 주말 자유시간을 줘 볼 생각입니다. 어차피 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시간이 많지만 시간에 이름을 붙여서 ‘자유시간’이라고 지정해 놓으면 선물 받은 시간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어린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들은 시간에 끌려 다니면서 사는 것 같은 생각이 들 거예요. 저는 그랬습니다. 바쁜데도 주체성 없이 무기력하다고 할까요.
일주일이 빠듯하게 묶여 있지만 딱 세 시간 정도만 주말 자유시간을 가져보세요. 어려운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일정을 조정해서 한두 시간 만이라도 정기적인 자유시간을 가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충만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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