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Dear 워킹맘

욕심 많은 내 아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러면 어쩌지

[Dear 워킹맘]

by 춘춘
“지금 다섯 살, 일곱 살, 열 살의 모습이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있을 리가 없잖아요. 바꿔 생각해 보면 내가 열 살 때, 중학생때 했던 미성숙했던 행동들은 지금 나에게 없습니다. 그 마음은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그때처럼 행동하지는 않죠.”



뉴스앱 <헤드라잇>에 동시 연재합니다.


저희 아들은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이 상당했어요.

아들이 다섯 살쯤이었을 겁니다. 커피숍에서 핫초코를 먹기 시작할 무렵이었을 거예요.

저와 남편은 커피를 주문하고 아이는 핫초코를 시켜주었습니다. 커피만큼은 아니지만 핫초코도 뜨겁잖아요. 어린 아들이 먹을만한 온도인지 확인하려고 제가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먹어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들이 징징거리기 시작했어요. 자기 것을 엄마가 한 모금 먹었다는 거죠. 뜨거운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네가 다칠까 봐 그런 거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내가 그거 한 모금 먹었다고 이렇게 진상을 떨 일인가 어린 아들이 괘씸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주변 사람들도 있는데 시끄럽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한잔을 더 시켜 주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뜨거운 핫초코의 온도 테스트는 아이가 못 보게 했죠.


당시에 저는 좀 걱정스러웠습니다.

아들이 너무 욕심 많아 보였어요.

비단 그날뿐 아니라 과자를 먹고 있을 때도 하나 달라고 하면 절대로 안 줍니다. 똑같이 초코송이 과자를 한 봉지씩 사주고 하나씩 달라고 하면 한 살 어린 조카딸은 넙죽넙죽 잘만 주는데 저희 아들은 한 개도 안 줬거든요.

좀 너그러우면 좋겠구만 그렇게 인색한 성향을 가진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는 것도 솔직한 심정일 거예요.




아이를 키우면서 불안한 것들 중 하나는, 지금의 좋지 않은 모습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남아있으며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양보하지 않는 아이가 나중에 인색한 어른이 될까 봐 걱정하는 거죠.


당장 징징거리는 상황은 달래거나 원하는 것을 줌으로써 해결이 됩니다. 급한 불이 꺼지고 나면 걱정이 남습니다. 저렇게 자라나면 어쩌지, 이걸 어떻게 교정해줘야 할까. 그런 마음이 쌓이면 아이의 못마땅한 행동이 보일 때마다 걱정이 화로 발전하여 예민해지게 되고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아이가 자라고 성숙해지면서 그런 모난 면들은 대부분 둥글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은 열네 살인 지금도 있어요. 계란 후라이를 꼭 큰 걸로 먹으려고 한다거나, 과자를 먹으면 꼭 1인 1 봉지를 먹으려고 한다거나 그러긴 합니다. 그래도 인간관계에 문제 있을 만큼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는 초코 프레즐을 먹고 있더라고요. 저는 양치질을 한 후라서 먹지 않았는데 그거 맛있냐고 물었더니 정말 맛있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먹던 것을 중단하고 과자봉투를 묶어놓더라고요.

“남은 거 내일 엄마 먹어. 진짜 맛있어.”

이게 감동할 일이냐고요. 하지만 팔불출인 엄마는 감동합니다.

아, 핫초코 한 모금 먹었다고 오만 진상을 떨던 내 아들이 이렇게 자랐구나 하고요.


병이 아닌 이상은 성숙해질 거라고 믿는 것이 엄마의 정신 건강에도, 아이와의 관계 면에서도 좋습니다.

지금 다섯 살, 일곱 살, 열 살의 모습이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있을 리가 없잖아요. 바꿔 생각해 보면 내가 열 살 때, 중학생때 했던 미성숙했던 행동들은 지금 나에게 없습니다. 그 마음은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그때처럼 행동하지는 않죠.


저는 법륜스님의 말씀이 좋아서 즐겨 듣는 편인데요. 자식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도 잘 살았는데, 지도 잘 살겠지 뭐.”

저는 그 말이 항상 위로가 됩니다.


아이를 걱정할 때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아이가 나보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실패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섰던 것처럼 내 아들도 그런 과정들을 잘 겪어낼 것이라고 믿어주겠다고 다짐하면 조금 수월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인정하기 어렵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식의 성향을 받아들여야겠죠. 어쩌면 좋지 않은 성향이 걱정스럽다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것에 불만인 것은 아닐까요. 서글서글한 성격이길 바라지만 제 아들은 예민합니다. 리더십이 좀 있어서 아이들과 원만하게 놀면 좋겠는데 지는 것을 싫어하고 내성적이에요. 이런 성향이 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는 그인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도 걱정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들은 한 가지 행동을 하면서 다른 일을 전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렇게 멀티태스킹이 안 돼서야 험한 세상 야무지게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지만 크면 좀 노련해질 거라고 생각해야겠죠. 씻기 싫어하는 것도, 게임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짜증 내는 것도 잔소리가 안 통할 때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저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한동안 후각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뭘 먹어도 아무 맛이 나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더라고요. 그렇게 몇 주를 보내다가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갑자기 냄새가 훅 하고 나는 거예요. 어찌나 기뻤던지 환호를 질렀습니다.

“된장찌개 냄새난다! 냄새 돌아왔어!”

화장실에 가던 아들이 제 쪽으로 돌아서 걸어와서는 제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살짝 안아주더라고요. 그게 그렇게 좋아? 하는 듯한 애늙은이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모든 면에서 성숙해지겠죠. 나와는 분리된 완전한 사람이 되어가면서요.


일상은 우리를 바쁘게 만들고 지치게 합니다. 거기다가 아이 걱정까지 더해지면 생활이 더 고단하겠죠.

아이는 아이대로 믿으면서 부모는 부모의 인생을 열심히 살면 그 옆모습 보면서 아이도 잘 자랄 거라고 믿습니다.


걱정이 물밀듯이 몰아쳤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매일 성찰하면서 도 닦는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육아를 하며 아이도 저도 함께 자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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