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춘춘매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춘 Apr 09. 2023

책읽고 시험 볼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신경을 쓸까

마지막 챕터의 작품해설을 읽는 착잡함

책을 다 읽고 나면, 특히 고전이나 명작이라고 평가된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지막에 작품해설이 나온다.

작가만큼 유명하거나 작가보다 더 유명한 사람들이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해석을 들려준다. 그 작품해설, 서평을 읽을 때 은근한 긴장이 인다.


내가 잘 이해한 걸까, 이렇게 저명한 사람이 하는 말이 나의 감상과 전혀 다르다면 나는 이 책을 헛읽은 것이 아닐까.


이 두려움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문예창작과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이끌려 공대생이 문리대 교양을 들으며 문학도 체험을 하던 스무 살 무렵이었다.

매주 한편씩 근대소설을 읽고 감상을 써오는 숙제를 그 어떤 전공과목보다 성실히 해갔다. 숙제로 읽어온 소설은 다음 시간의 수업재료였고, 소설에 대한 교수님의 해석과 가르침이 내 숙제와 전혀 들어맞지 않은 날은 실망감에 숙제가 적힌 A4용지를 박박 찢어버릴까 싶게 부끄러웠다.


인상적인 책을 다 읽고 책 뒷머리의 작품해석을 읽는 마음은 문제집의 정답을 맞히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책은 정작 소설 본문은 편안히 즐기며 읽었는데 평론가의 평론은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안나까레리나를 밤낮없이 읽으며 세상 이야기를 이렇게 길고도 재밌게 써 준 톨스토이에게 무한한 존경을 느꼈던 그때도 그랬다. 벅찬 마음으로 소설을 마치고 마지막 챕터를 장식한 평론가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내 충만했던 마음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피식거리며 사그라들었다. 평론가의 해석은 열 줄 중에 다섯 줄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쉽게 읽어 내려간 문단들이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는지 나만 몰랐을까 싶었다.


그러니까 전문가고 평론가겠지 하면서도 은근한 실망은 어쩔 수가 없다.

책을 읽고 시험을 볼 것도 아닌데 남들의 감상에 뭐 그리 신경을 쓸까. 독자로서 만족하면 될 것을 전문 평론가, 전문 작가들이 느끼는 감정과 이해를 따라가 보려는 이 마음도 교만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나는 즉시 메모하는 것이 이르케 중요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