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아버지는 왜 도전보다 안주를 권할까?

by 춘춘

"네가 나이가 많아서 회사에서 뽑지 않을 거야. 그냥 지금 다니는데 잘 다녀."


첫 회사를 만족스럽지 못하게 다니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좋은 회사에 더 높은 보수를 받고 다니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회만 되면 면접을 보면서 이직준비를 했는데 몇 차례 떨어지고 움츠러들던 시기였습니다.


벌떡 일어나지 않고 이불속에서 뭉그적 거리던 스물아홉의 어느 날 아침, 아빠가 와서 내 이마를 쓰다듬었습니다.

"일 하랴, 면접 보랴 피곤하지? 요새 경기도 안 좋고, 또 니가 나이가 많아서 회사에서 잘 안 뽑을 거야. 지금 직장도 괜찮잖아, 만족하면서 다녀."


그 말이 참 듣기 싫었습니다. 왜 용기를 북돋워주고 너는 할 수 있다고 해주지 않는 걸까요.


아빠는 용기를 돋워주기보다는 마음이 다치지 않게 위로하고 현실에 순응하라고 하는 편입니다. 나에게도 동생에게도.


이런저런 시도를 힘겹게 할 때마다 하던 거 잘하라고 하는 말이 싫었습니다.

“아니야, 잘 될 거야.”라고 하면 아빠는 바로 그래 열심히 해봐, 라며 말을 돌리긴 했지만, 아빠의 말을 듣고 나면 정말 안되는 걸까 위축될 때도 있었습니다.



기운 빠지는 위로를 들은 바로 그날, 면접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합격했다고.

나는 아빠에게 보란 듯이 말했습니다.

“아빠 나 합격했어! 내가 된다고 했잖아!"

아빠는 좋은 기분과 겸연쩍은 마음이 교차하는 듯 허허 웃었습니다.


살면서 내가 뭔가를 해냈을 때 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은 늘 평온하고 조용했습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고 웃으며 돌아서는 것이 아빠의 축하였어요.

그래놓고는 나중에 엄마 말을 들어보면 엄청나게 흐뭇해하고, 어디 가서 은근히 자랑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또다시 시련이 오거나 힘든 일에 도전할 때 아빠는 늘 더 편한 선택을 하라는, 지금 상황에 만족하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도전할 용기를 주지 않는 아빠가 답답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아빠는 도전보다 무사함을 추구했던 걸까?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아빠의 젊은 날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여 원하는 바를 달성하는 요즘 개념의 도전이 아니라 고단함이 덜한 삶으로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한 애씀에 가까웠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힘들고 위험한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았던 아빠에게 도전, 열정, 성취보다는 안정, 정착, 무사태평, 안녕, 무고 같은 것들이 더 추구할 가치가 있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생존을 위한 밥벌이가 최우선이었지요.

물론 지금의 내가 부모님의 말을 듣고 편안함과 안정만을 추구하며 살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그들이 살아온 길을 짚어보면 그들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도전과 성취를 맛본 사람이 권하기도 쉬운거겠죠.

성취 이전에 생존과 안정을 지켜야 했던 사람들은 평안한 삶 자체가 바로 가장 절실한 목표였을 거예요.





[헤드라잇에 동시연재한 글입니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uQZgSmQTszSuHbIUlzYSlw==?uid=fjEdyhyxRsSw9audnSBY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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